나를 다른 나로 만드는‘선입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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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른 나로 만드는‘선입견’

  • 승인 2019-01-09 09:45
  • 신문게재 2019-01-09 22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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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봤다. 처음부터 머릿속에 들어있는 고정된 생각이나 견해로 '편견'과 맥을 같이 하는 선입견. 대다수 사람들이 경험했을 법 한 선입견의 오해와 진실. 나도 이로 인한 여러 일들을 경험했다. 손해를 많이 봤다는 표현이 맞겠다. 시간을 거슬러 일찌감치 피아노가 좋아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이 가요를 좋아할 때 난 클래식에 빠져있었고, 첫 두마디만 들으면 어떤 클래식 곡인지 단박에 알았다. 내가 연주한 피아노곡을 음악하는 친구들과 공유하며 그렇게 10대를 보냈다. 태생도 있겠지만 환경의 영향으로 말 수가 적고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다. 음악하며 밥벌이 할 팔자는 아니었는지 형편이 기울어 고2 무렵 피아노를 중단했지만 음악을 빼놓고는 학창시절을 설명할 수 없다. 자아가 형성되던 그 시절의 경험은 '나'의 근간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요즘은 늦둥이 아들을 키우며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떠들어대는 아줌마가 다 됐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움직이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이런 다소 소극적이고 상대에 대해 무심한 성격은 대인관계에 있어서 마냥 불리했다. '좋은 게 좋다'며 불이익을 당하고 손해를 봐도 상대에게 입장 표명을 하지 않다 보니 무능하고 생각 없는 사람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다 네 마음 같진 않다'며 가족들은 늘 답답해 하지만 근본기질을 바꾸는 게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나를 고찰하며 다른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온 지 모를 선입견으로 본래 취지와 다르게 미운 콩깍지가 씌었을 때 일이 벌어진다. 선입견의 부작용이랄까. 소통하려 의지를 내면 수다스럽고 나대는 사람으로 안다. 말씨도 그렇다. 속도가 빠르고 목소리가 크면 예의에 벗어나고 경우 없는 사람, 성격이나 기질도 강하게 인식돼 내키는대로 지르는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다. 진짜 나와 만들어진 나와의 괴리감은 물고 물리는 관계로 확대된다. 나도 상대에 대한 선입견으로 미리 판단해 정의 내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외근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선입견은 약방의 감초처럼 개입됐다. 일이 꼬여 화내는 모습을 처음 이미지로 마주한 뒤 이전에 들었던 정보와 혼합된 결과 돈 많아 세상 편하게 사는 사람으로 보게 된다. 평소 알던 사람의 진 면목을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기도 한다. 업무의 연관이 없어 모르고 지내면서 소문만으로 조합되는 이미지가 선입견의 토대가 돼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식되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선입견은 사람관계에서 가까이 하고 싶은 호감형이 되기도, 말도 섞기 싫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물론 긴 시간 부대끼며 터득되는 가족이나 절친이 아닌 이상 상대의 진짜모습을 보긴 어렵다. 어쩌면 선입견은 활용에 따라 나를 표현하는 '필수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바래본다. 2019 기해년에는 섯부른 선입견이 아닌 충분히 숙성된 '후입견(後入見)'으로 상대를 바라보길 소망한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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