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영화 '킬빌'의 히로인 우마 서먼. |
비디오 가게 점원을 하면서 영화키드의 꿈을 꿨다는 타란티노는 이런 밑바탕에서 격식과 정형성을 파괴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킬빌'도 우마 서먼을 내세워 멋진 복수의 여전사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마르고 큰 키에 노란 추리닝복을 입은 우마 서먼의 날렵한 몸놀림은 한 편의 발레를 보는 듯하다.
이 영화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단연코 영화 주제곡이다. '뱅뱅'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외로운 양치기'는 신의 한 수다. 마지막 장면 루시 리우와 일본식 정원에서의 대결은 한 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펑펑 쏟아지는 눈의 세계에서 최고의 고수가 펼치는 핏빛 클라이막스.
눈밭에서 서 있는 두 여인. 복수의 결말을 바라보는 관객의 살 떨리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외로운 양치기'는 어느 ost보다 강렬했다. 환상적인 눈과 서정적인 음악의 조화 그리고 피의 복수. 미세하게 떨리는 팬 플루트 소리가 정적을 깨면서 종국에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선사하는 가운데 결국 루시 리우는 선홍색의 피를 뿌리며 죽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장면의 압권은 '외로운 양치기'다. 잔혹함의 서정성.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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