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허 시장이 취임 이후 틈만 나면 국회·정부·청와대 인사들을 만나는 이유다. 하지만, '허태정 체제' 출범 6개월이 지났지만, 대전시 정무라인은 좀처럼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전임 시장들과 달리 허 시장은 경험이 많지 않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것 빼고는 대전과 충남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허 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정무라인들이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무라인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박영순 정무부시장과 허 시장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데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후보를 놓고 경쟁을 했던 관계다. 박 부시장을 선임했을 당시 일각에서는 '협치'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 부시장이 총선을 위해 '잠시 거쳐 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했다. 박 부시장이 취임하자 조례를 바꿔 행정 업무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한 것도 그런 인식을 부추겼다. 박 부시장은 취임 초반 중앙정부와 언론 등을 만나며 대외협력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하지만, 갈수록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벌써 총선을 위한다며 '대덕구 상주설' 같은 소문까지 나왔다.
송덕헌 정무특별보좌관과 김미중 자치분권특별보좌관도 마찬가지다. 송 특보와 김 특보는 각각 염홍철 전 시장과 권선택 전 시장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큰 인물들이다. 선임 전부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허 시장은 "내가 쓰면 내사람"이라면서 믿음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이들이 현재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의문스럽다.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들의 지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각자 역할을 보여줘 허 시장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전임시장 사람'이라는 말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비친다. 오현숙 성평등기획특별보좌관과 김종남 민생정책자문관, 배상록 경제과학렵력관은 각각 시민단체와 중앙관료 출신이라는 한계점을 갖고 있다.
정무직은 선출직 단체장이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인사권을 행사는 자리다. 이들 사무는 일을 찾아서 하면 시작도 끝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겉돌기 시작하면 존재감이 없어진다. 일반 공무원들처럼 다양한 업무 평가를 받지 않는 만큼 스스로 대전시와 시민의 이익을 위해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이 받는 연봉과 업무추진비 등은 '혈세 낭비'가 될 수 있다. 올해에는 허 시장과 정무라인들이 합심해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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