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공약무산을 둘러싸고 공방만을 벌일 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세종집무실 설치를 위한 군불 때기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유홍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은 지난 4일 춘추관에서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되는 2년 뒤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때에는 문 대통령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아 사실상 공약 이행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이같은 발표는 청와대 세종집무실(제2집무실) 설치를 위한 명분과 여건이 무르익고 있는 단계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1일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에서 "많은 공무원이 세종·서울을 오가며 행정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하며 국회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세종집무실 등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인프라 확대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청와대 세종집무실은 국회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 개헌과 별도로 추진할 수 있어 15년 전 헌법재판소의 관습헌법 위헌판결 족쇄에서도 자유롭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강화라는 문재인 정부 국정 기조와도 부합하다.
하지만, 중앙 정치권은 공약무산과 관련한 정쟁에만 골몰할 뿐 세종집무실 설치를 위한 움직임을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현실성 없는 공약으로 국민을 우롱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고 범여권인 민주평화당은 문 대통령이 직접 경위설명을 요구했고 정의당도 '공약(空約)에 속이 쓰리다"고 핏대를 세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승현 상근부대변인은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 모든 이슈에 대해 정치공세로 일관하는 야당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맞불을 놨다.
충청 민·관·정이 세종집무실 설치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세종집무실 추진은 그동안 '대통령집무실 광화문 이전'과 상충되며 '청와대 분산'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제는 이같은 걸림돌이 사라졌기 때문에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종집무실은 현재 여야가 입법부와 행정부 분리로 갈수록 커지는 비효율 제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국회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설치와도 궤를 같이하고 있어 설치 명분은 충분하다. 이미 세종시에는 국무총리실 인근 원수산 자락에 청와대 제2집무실 부지도 마련돼 있다. 최근에는 2021년 완공예정인 정부세종 제3청사에 대통령 집무실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이 청와대 세종집무실 설치 추진을 주장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조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서 "광화문시대가 상징하는 것이 낮은 권력, 시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만큼 이러한 가치는 계속 돼야 한다"며 "국회는 이미 국회 세종의사당(국회 분원) 건립을 위한 설계비를 2019년 본 예산에 반영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 더 나아가 세종 제2 청와대를 설치한다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강력한 추진로켓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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