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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2월 말이 되면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게 됩니다. 거창하게 한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준비라고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마음 한구석에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맞이하는 새해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간들과 새로운 환경,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는 것이니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출발을 원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또는 과거에 대한 명확한 정리 또는 단절을 하지 않고서는 새로운 것이 오지 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각자의 직장에서 시무식을 시작으로 한해를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시무식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포부, 변화와 개혁, 위기에 대한 대처와 극복, 그리고 인화와 단결, 발전을 위한 계획과 구성원들에 대한 이해와 협력 등을 강조합니다. 물론 면밀하게 지난 과거 시무식에서의 언급된 내용을 꼼꼼하게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거의 매년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변화와 개혁을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위기는 극복되지 않았고, 설사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위기와 도전이 또 다시 나타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개혁과 변화,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강조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발전적인 변화를 크게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한해를 시작하는 시무식에서 당면한 문제와 어려움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과 비전을 제시하더라도 그것은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보다는 그것들을 통해 좌절과 분노 또는 기대를 버리는 것으로 전략하여 그나마 가졌던 희망과 바람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변화의 요구를 없애버리고 스스로를 많은 것으로부터 포기하게 만들면서, 새로운 희망이 아닌 새로운 문제와 위기를 인식하게 하고 오히려 걱정과 근심을 더 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에 대한 인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본인 스스로가 인식하던 인식하지 못하던 인간은 삶에 대한 생존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과 문제 그리고 위기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스스로 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이던 아니면 피상적이던 간에 인식하고 나름의 방안을 강구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이라는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말 그대로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우리는 언제나 위기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와 도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그 과정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외부로부터 위기와 도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도 나름대로의 해석과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본능적인 감각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미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위기와 도전, 어려움과 문제들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그런 것들을 인식하고 나름의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움을 인식하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과 희생을 강조하기 보다는 희망과 기대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그 희망이나 소망 그리고 자부심이 달성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새해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격려와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가족은 매년 새해를 성당에서 송구영신 미사를 드리면서 맞이합니다. 성당에서 한해를 시작하는 것은 신앙심이 깊어서가 아니라, 그래도 미사가 시작되기 전 성당에서 묵상을 하면서 한해를 돌아보고 미사와 함께 한해를 시작하는 것이 그냥 나쁘지 않아서입니다. 올해도 서울 명동성당에서 12시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와 함께 2019년을 시작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새로운 직장에 입사한 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대견하다는 격려를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했습니다. 아울러 내가 아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작은 행복을 기도했습니다.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만 우리의 노력과 기도로 조금만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서울도서관 외벽 꿈새김판 앞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는 신년 문안 공모전에서 당선한 시민 김경규 씨의 '새해 첫발을 내딛는 이에게 하얀 겨울은 찬찬히 걸어가라 말하네'를 선정했다./연합 |
과거에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해에 이루고 싶은 많은 소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많은 소망은 대부분 그냥 소망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크게 바꾸거나 변화시키거나 엄청난 도전을 하기 보다는 현실에서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천천히 바꾸는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이고, 이것을 통해 올 한해를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 주말, 행복한 시작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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