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실천궁행, 새해맞이 다짐과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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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실천궁행, 새해맞이 다짐과 소망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1-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전 식장산 해맞이<YONHAP NO-3201>
새해 첫날인 1일 대전 식장산에 오른 시민들이 일출을 보며 새해 소망을 기원하고 있다./대전 동구청 제공
우리에게는 새로 시작되는 해를 알리고 축하하는 행사가 몇 가지 있습니다. 보통 '새해'라 부르는 날과 '설', '작은설'이 그것인데요. 작은설은 24절기 중 마지막인 동지를 말합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지난해를 청산하는 것이지요. '설'은 시작을 알리는 말입니다. 새해 새달의 첫날을 의미하지요. 한 해 최초의 명절이란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무척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 중 '구정'과 같이 옛것을 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도 있습니다. '민속명절'과 같이 다른 말을 첨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제수난기 민족정신, 나아가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변화를 강요하기도 했었지요. 우리 스스로 한해 시작을 음력, 양력 어느 것으로 보느냐 갈팡질팡하기도 하였습니다. 풍속을 없애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었지요. 해와 달, 어느 것을 중심으로 보느냐는 차이일 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일력에 월력을 곁들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업화를 겪었지만, 월력에 기대는 농사일이 없어질 리 없지요. 혹여, 먼 훗날 인공식품으로 먹거리가 완전히 대체될 날이 온다면, 그때는 불필요 할지 모르겠습니다. 풍습은 풍습일 뿐입니다. 다른 말을 붙이는 순간 현재진행형이 아니란 말이 됩니다. 문화는 스스로 생성소멸 하는 것입니다. 집단의식의 발로지요. 어떠한 경우도 문화를 박제화 하거나 없애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맞이 풍습도 많이 변화 해 가는 것 같습니다. 해맞이 행사도 많고,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축하행사가 있더군요. 곳곳이 교통난에 시달린 모양입니다. 해맞이는 조금이라도 해에 가까이 가려는 생각에서 일까요? 축하객들이 동해안으로 몰려 일출이후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답니다. 보신각 타종행사는 1953년부터 시작하였다 합니다. 이제 새해맞이 풍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림으로 보았습니다만, 올해는 스마트폰 타종이라 해서 참가자 모두 스마트폰을 들어 올려 불빛을 밝혔다더군요.

대전시에도 지난 31일 밤 시청 남문광장에서 새해맞이 타종행사가 있었답니다. 길놀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식전 행사가 흥을 돋우고, 타종과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있었다는군요. 첫 타종 시 희망풍선 날리기가 있었는데요, 풍선 속에 대전도시철도 고객 만여 명이 접수한 소망쪽지가 담겨 있었답니다.

지역에 해맞이 행사도 여럿 있더군요. 필자는 대전 동구에서 주관하는 '2019 기해년 식장산 희망 나눔 행사'에 동참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고 집을 나섭니다. 식장산 입구 주차장에 다다르니 어느새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안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촛불 모양 전등을 나누어 주고, 떡국을 먹으라 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음식이 당기지는 않지만 함께 합니다. 몇몇 사람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식장산은 대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자연 보전이 잘 되어 있어 생태보전림 이기도 합니다. 산의 역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해맞이 행사장에 이릅니다. 태극기와 동구8경을 담은 소망클래퍼를 나누어주더군요. 행사장 부근도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수많은 인파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인근 지역주민들이 준비했다는 지신밟기 놀이가 한창입니다. 6시 50분쯤 사회자가 등장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됩니다.



축하인사가 있습니다. 황인호 동구청장, 이나영 동구의회의장, 설동호 대전교육감, 길공섭 동구문화원장 인사가 이어집니다. 이어서 타북 행사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소망클래퍼를 두드리며 해 뜨기를 기다립니다. 안타깝게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고 쉽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축하인사에서 황인호 동구청장은 2019년 대전방문의해를 맞아, 혁신동구, 관광동구, 익사이팅 동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며, 주민 모두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황금돼지의 해가 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소망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역으로 달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대전시가 2019년을 대전방문의 해로 정하였습니다. 지난 연말부터 비보가 전해집니다. 정부 지원 41개 문화관광축제에 대전지역 축제가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답니다. 당연히 국비 지원도 끊겼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19~2020 한국관광 100선'에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계족산 황톳길 하나만 살아남았답니다. 동구가 신청한 사업에 시가 끼어들어 둘 다 탈락한 '문화도시 공모사업'도 있습니다. 문제점을 논하자면 수백 쪽 분량도 부족하겠습니다. 분명한 한 가지, 바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에 걸 맞는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실천궁행(實踐躬行)이 먼저지요.

우리 각자가 소망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개개인이 어떤 것을 비는지 궁금해집니다. 자기 자신이나 주위 사람을 위한 소망은 치졸한 것으로 치부하지요. 그러면서 작은 것에 집착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예전엔 행사 규모에 관계없이 국태민안(國泰民安), 안과태평(安過太平)과 같은 태평성대를 기원했습니다. 개인도 다르지 않았지요. 아름다운 전체를 통해 개인의 행복을 추구했습니다. 나라에 혼란이 없고 더불어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했지요. 사랑으로 가득한 삶을 구가하는 것이 우리 고유정서 아닌가 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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