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한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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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 권의 책

  • 승인 2019-01-02 15:45
  • 신문게재 2019-01-03 2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이해미
어느 순간 읽지 못한 책들이 방 곳곳에 쌓이기 시작했다. 손 닿기 좋은 곳으로 책을 옮겨두면 읽겠지라는 생각도 이제는 답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옮겨진 책들은 새해가 된 이 순간에도 1년 전 그 자리에 있다.

새해가 되면 언제나 그랬듯 목표를 세운다. 그 중 하나가 책 많이 읽기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조금 다른 목표를 세우고 지켜보기로 했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자.”

직장인이 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사실상 10대나 20대 초반처럼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핑계같겠지만 매일 보는 것이 글자다 보니 휴식하는 시간까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좋아한다. 평소에도 좋은 책을 사는 일 만큼은 신중하면서도 과감하다.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 구입한 책들이 쌓여 있다는 건, 특히나 첫 장 한 번 넘겨보지 못한 책들이 넘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증거다.

책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책 읽는 습관을 잘못 들인 내 탓이다.

생각해보면 책을 읽던 나의 모습은 늘 불안했고, 초조했다. ‘이 책을 읽어 내 글의 자양분이 되게 만들 거야, 이 작가의 좋은 문장을 닮고 싶어. 오늘까지 읽어야 과제를 마칠 수 있는데’라는 불순한 마음들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일까, 학생이 아닌 지금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무의식이 나를 짓누르는 모양이다.

소설가 천운영의 ‘바늘’이라는 소설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문신이라는 소재도 그러했지만 작가가 선택한 단어 하나, 섬세하고 수려한 문장까지. 10대 시절 읽고 또 읽었고, 필사까지 할 만큼 좋아하는 소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났어도, 처음 바늘을 읽었던 그때의 감정과, 그날의 기분이 생생하다.

새해 목표를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자라는 마음을 먹은 건, 천운영의 바늘처럼 수 십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책들이 내게 많아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책을 읽는다고 모두 내 것이 되진 않는다. 다독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요즘처럼 시간에 쫓기는 우리에게는 다독은 부담스러운 목표다. 대신 한 권의 책을 반복해 읽으며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쩌면 효과적인 독서 방법은 아닐까.

대전시와 희망의 책 대전본부는 해마다 ‘우리대전 같은 책 읽기 캠페인’진행 중이다. 2008년 시작해 11년 차를 맞이하는 같은 책읽기는 미국 시애틀의 공공도서관에서 시작한 ‘한 책, 한 도시’ 운동에서 벤치마킹해 왔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150만 대전시민이 공통된 주제를 탐닉해보는 아주 멋진 문화다. 올해의 책도 기대된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는 골라봐야겠다. 첫 장을 넘기지 못한 이 많은 책 가운데 어떤 책을 2019년 이해미의 책으로 만들어야 할까. 가슴 뛰는 선택이 남았다. 이해미 교육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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