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절영지회(絶纓之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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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절영지회(絶纓之會)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30 16:3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절영지회(絶纓之會)

'갓끈을 자른 연회' 라는 뜻으로 남의 잘못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자신의 허물을 깨우친다는 교훈을 주는 고사성어로 대전 시민대학 재미있는 고사성어반(지도교수: 장상현)에서 배운 내용이다.

춘추시대 중국 초나라 장왕의 일화라 한다.

장왕이 나라의 큰 난을 평정한 후, 공을 세운 신하들을 치하하기 위해서 연회를 베풀었는데 자신의 후궁들을 데려다 시중을 들게 했다. 연회가 한창 진행되던 중,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연회장의 촛불들이 일순간에 꺼졌다. 그 순간 한 후궁의 비명이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 후궁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렸다.



"이 갓끈의 임자가 내 가슴을 더듬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장왕의 목소리가 어두운 가운데 침묵을 깼다.

"이 자리는 내가 아끼는 신하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서 만든 자리이다. 불을 켜지 말고 모두의 갓끈을 뜯어내도록 하라"

자신의 후궁을 희롱한 무례한 신하가 괘씸하고, 자신의 위엄이 희롱당한 것 같은 노여운 생각이 왜 안 들었겠는가? 그러나 장왕의 말은 계속되었다.

"지금 일은 자유로운 이 자리에 후궁들을 들게 한 나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이니 불문토록 하겠다."

장왕은 먼저 후궁의 마음을 다독여 연회장에서 내보냈고, 모든 신하가 갓끈을 뜯어낸 뒤에야 연회장의 불을 켜도록 했다. 범인이 누군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자칫하면 연회가 깨어지고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는 상황이 왕의 덕망으로 다시 분위기가 살아났던 것이다.

절대적인 왕권시대에 후궁을 희롱한다는 것은 목숨과 교환해야 할 중벌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신하들의 마음을 달래는 치하의 연회 자리에서 술 취하면 일어날 수 있는 실수로 용인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런 술자리에 자신의 후궁들을 불러들인 자신의 경솔함에서 빚어진 일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것은 장왕이 자신에 대한 자존감(自尊感)이 충만한 사람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자기 자신을 신뢰하고 정체성이 확실한 통치자들은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분노하지 않고 말 바꾸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일어난 일을 사실 그대로의 상황으로 보고, 더는 자의적인 확대해석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구러 세월이 흘러 몇 해가 지나갔다. 장왕의 초나라는 진나라와 나라의 존폐가 달린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그 전쟁에서 장왕이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장왕의 앞으로 나서서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온몸을 붉은 피로 물들며 용맹하게 싸워서 장왕을 구하고 초나라를 승리로 이끈 장수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후 장왕은 그 장수를 불러 용상에서 내려와 그 손을 감싸 쥐고 공로를 치하하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용맹하게 싸운 연유를 물었다. 그 장수는 장왕의 손을 풀고 물러나 장왕에게 공손하게 큰 절을 올린 다음

"몇 해 전에 있었던 연회 자리에서 술에 취해 죽을죄를 지은 소신을 폐하께서 살려 주셨습니다. 그 날 이후로 소신은 새롭게 얻은 제 목숨은 폐하의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고, 이번 전장에서 제 목숨을 폐하를 위해서 바칠 각오로 싸웠습니다."

"절영지회(絶纓之會)"의 교훈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도 '죄를 용서하되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하셨다.

2019 기해(己亥)년, 우리 모두가 이런 마음이었으면 기대해 보는 것은 필자의 기우일까?

김용복-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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