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술의전당에서는 12월에 '피노키오'와 '호두까기 인형' 두 편이 올려지긴 했지만, 1월부터 11월까지 어린이 공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립무용단이 5월에 '콩쥐팥쥐'를 준비했고, 시향에서 3월에 'EQ 콘서트'를 기획한 게 거의 전부다. 어린이가 예당에서 문화를 누리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한국 투어 중인 뮤지컬 '라이온킹' 오리지널 공연을 대전에 유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워지는 이유는 그래서다. 올해 중순 '라이온킹' 유치를 시도한 대전예당은 두 달의 공연 일정을 확보하기 힘들고,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탓에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달 16일 대구에 직접 내려가 '라이온킹'을 관람해보니, 문화 향유 기회에서 소외된 어린이를 생각해 좀 더 의지를 갖고 유치를 추진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온킹'을 관람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계명대아트홀을 나서는 대구 어린이들을 지켜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뮤지컬을 접하기 어려운 대전 어린이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더욱이 월트 디즈니사에서 국내 공연팀에 라이센스를 내주지 않으니, 다른 도시 공연장에 가지 않는다면 지금의 대전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서야 '라이온킹' 감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1990년대에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접한 기성세대에게는 익숙한 스토리지만, '라이온킹'은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숱하게 지닌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다. 디즈니 작품을 감상해 본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동심의 순수성을 중심으로 한 사필귀정, 창의적이면서도 기이한 퍼펫(조종할 수 있는 동물인형)과 가면들, 동물의 특성을 상징화한 독창적 안무까지. 어린이들에게 시각적·정서적으로 와 닿는 요소들이 여느 라이센스 뮤지컬보다 풍부한 작품이다.
유명 라이센스 뮤지컬 중 '애니'와 '라이온킹' 사이에서 어느 작품을 어린이가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 자본주의식 정서가 강한 '애니' 보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사랑·우정을 담은 '라이온킹'이 더 교육상 적합하다고 본다.
대전시와 예당에서 어린이를 위해 '라이온킹' 공연 일정 두 달을 확보했다면 어땠을까. 부모님 손을 잡고 예당에 걸린 노란 현수막을 향해 걸어가는 어린이들의 밝은 표정이 눈에 선한 듯싶다. '라이온킹' 유치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은 분명하다. 그간 문화 향유의 기회로부터 소외돼 왔던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대전시에서 양질의 공연을 다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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