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주관하는 청암 백상열 작가는 원자력연구소에서 근무하다 2018년 5월 정년퇴직 하였습니다. 학창시절 서예를 시작, 사내 동아리 활동으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직장생활로 작품 활동이나 교류에 여러 제약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도 불구,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은 뜨거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전광역시 서예대전, 안견미술대전 초대작가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실현에 대한 의지와 훈훈한 마음이 돋보입니다.
좌우명은 개인의 인생 지향점, 삶의 지표입니다. 가훈은 한 가정의 교훈이자 규범입니다. 늘 곁에 두고 마음을 북돋우거나 다스리고, 경계하기도 합니다. 삶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말들은 엄청나게 많지요. 그들 중에 공자 삼계도도 많이 선택이 되더군요. 가훈이나 좌우명 자체도 이에 해당 된다는 생각입니다. "일생 계획은 어릴 때에 있고, 일 년 계획은 봄에 있고, 하루 계획은 새벽에 있다. 어려서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 봄에 밭 갈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바가 없고,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 할 일이 없다.(一生之計 在於幼, 一年之計 在於春, 一日之計 在於寅, 幼而不學 老無所知, 春若不耕 秋無所望, 寅若不起 日無所辦.)"
간단한 개막식에 이어 작품을 둘러보고, 근처 식당에서 뒤풀이를 했습니다. 덕담과 격려, 응원이 이어집니다. 자리 파하고 나오니 보라매공원 나무 장식 불빛만 휘황합니다. 그 불빛 덕에 쓸쓸한 연말 분위기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식당도 한적하고, 거리도 한산합니다. 오가는 차량이 간혹 정적을 깨울 뿐, 연말연시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달 말부터 송년 모임이 있었지요. 예전 연말이면 북적이던 사람, 성탄 캐럴을 비롯한 요란한 음악, 화려한 불빛, 모두 접하지 못했습니다.
음원 저작권 문제로 조용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성탄캐럴은 사용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문제가 되더라도 교계에서 미리 준비하였으면 해결될 일이지요. 저작권 문제도 시대에 따라가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경기침체로 인한 우울한 사회분위기 그 자체 아닌가합니다.
교수들이 선정하는 사자성어가 있지요. 올 한해 정리하는 말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꼽았더군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랍니다. 전호근 경희대 교수(철학과)는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 인 한반도 평화 구상과 각종 국내정책이 뜻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 있다 며" 굳센 의지로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하였다 합니다.
청와대 제외하고 대부분 국민의 현실 인식이 대동소이한가봅니다. 언론에 회자된 몇 가지 행정 결의를 살펴봅니다. 대전 동구는 집사광익集思廣益을 내걸었습니다. '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는 뜻이랍니다. 대전은 발전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관광동구 조성, 대전역세권 개발 등 '새로운 가치의 동구, 신바람 나는 동구민'을 실현으로 동구 발전을 도모하고자하는 황인호 청장의 의지도 담긴 말이라 합니다. 전라북도(지사 송하진)는 '어려운 전북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도민들의 삶도 윤택해지는 새로운 희망을 여는 한 해'로 만들고자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선정했답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갈고 닦자고 강조합니다. 좀 생뚱맞다 생각되는 것도 있습니다. 충북(지사 이시종)은 강호대륙江湖大陸을 꼽았더군요.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염두에 둔 모양입니다. 그 축의 중심이 되고자 한답니다. 청주(시장 한범덕)는 동심만리同心萬里를 선정했답니다. 같은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합니다. 전북 완주(군수 박성일)는 유지사성有志事成으로 뜻이 있으면 이루어진다를 선택했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하나가 되길 힘쓰자는 구동존이求同存異(전북 익산, 시장 정헌율)도 보입니다.
선정 사유를 옮기지 않았습니다만, 대부분 사유가 어려운 경제난 타개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내년 경제전망이 올해 보다 더 나빠질 것이란 것입니다. 경제정책은 좌우명이나 가훈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선택이요 선정이지요. 절벽에 느리어진 다양한 밧줄, 위에 오를 수 있는 튼튼한 밧줄이 좋겠지요. 끊겨 떨어지면 다시 오르기 어렵습니다. 잘 못 잡았으면 옮겨 잡아야 합니다. 서로 밀고 당기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부가 세상을 바로 보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기 바랍니다. 개인이 선택을 잘못하면 일생을 망치지요. 정부도 개인의 삶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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