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향내 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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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향내 나는 사람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8-12-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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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향내는 보통 코로 맡아 후상피라는 점막조직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 후각중추에서 후각을 작동시켜 냄새(향내)를 맡게 되는 경우이다. 하지만 상대편의 외모가 시각을 통해서 또는 상대편의 친절한 언어와 따뜻한 마음을 통해 그 사람의 인품이나 인격의 향내를 맡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딸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맞는 면접이기에 딸도 떨렸을 것이고 부모의 마음도 떨렸다. 면접관에게 예의범절을 잘 지키고,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답하라고 당부해 두었다.

아침 10시에 면접인데 오늘따라 집에서 늦게 출발하여 겨우 10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면접 대기 장소가 다른 곳과 달리 정갈한 것이 깔끔하니 참 좋았다. 그 덕분에 늦어서 불안했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아이를 남겨두고 우리 부부는 캠퍼스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면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면접이 끝났다는 문자를 받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이는 방글방글 웃으며 기분이 좋아 보였고 그 모습을 보니 우리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1 면접인데 늦게 도착해서 딸의 면접 순서가 늦어져 대기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그때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선배언니가 다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했다. 그 선배는 잘 웃는 얼굴에 성격도 활발하여 이야기 나누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 선배도 딸을 좋게 보았는지 본인이 존경하는 교수님에게 면접을 봤으면 좋겠다고 하며 면접을 잘 보는 노하우를 다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면접관들 중 선배가 말했던 교수님께 면접을 보게 되었고 선배가 가르쳐 주었던 대로 면접을 잘 보았다고 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니 선배는 누구에게 면접을 보았냐고 물었고 선배가 말한 교수님께 면접을 보았다고 하니 자기 일처럼 매우 기뻐했다고 했다. 모두 끝나고 나오는 도중 교수님과 그 선배가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고 그 선배는 딸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주며 잘 되었다는 듯이 환하게 웃어 보이더라는 것이다.

아이는 이미 그 선배 덕분에 이 학교에 마음이 뺏긴 거 같았다. 면접시간에 늦어서 대기시간은 길었지만 그 덕분에 좋은 선배를 만나 면접 노하우뿐만 아니라 아이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다. 아이는 부담스러워 할까봐 선배의 연락처를 못 받은 것을 안타까워했고 다시 한 번 찾아가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신이 나서 이야기 하는 딸을 보며 밝고 기쁜 감정이 느껴졌고 성격이 활발하고 긍정적인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남들한테까지 그 에너지가 전해져서 기분 좋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위 선배언니처럼 친절한 언어와 따뜻한 마음을 통해 살아가는데 향수 같은 사람이 있다. 몇 방울로도 주변을 온통 향기롭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사람. 그냥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지게 하는 사람이 있다. 위에 말한 선배언니는 따듯한 말과 친절한 행동으로 가슴 속 깊이 스며들어 딸의 힘든 시간을 기분 좋은 하루로 만들어 준 고마운 분이다. 우리 딸도 그 선배처럼 남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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