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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언제 누가 처음으로 만들었을까. 하얗게 뒤덮인 세상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다 만들게 된 것은 아닐까.
그림책 『하얀 사람』의 주인공은 눈이 오는 어느 날, 일터로 향하던 길에 낯선 문을 발견한다. 문을 열고 들어간 세계는 눈이 부시도록 하얀 세상.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하얀 사람'들을 만난 주인공은 그 공간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주인공이 하얀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여행지를 찾은 이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수줍음과 호기심이 뒤범벅되어 가까이 오지 못한 채, 주인공의 주변을 맴돌 뿐인 하얀 사람들의 모습도 이방인을 대하는 평범한 우리들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작은 하얀 사람을 구하게 되고, 그 나무로 단추를 만들어 하얀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하얀 사람들과 말은 제대로 나눠 보지 못했지만 단추를 통해 마음을 나눈 기분이다.
주인공은 도시로 돌아온 뒤 눈이 내린 하얀 사람들을 떠올리며 눈사람을 만든다. 하얀 사람들과 대비되는, 컬러풀한 도시 사람들 속에 선 눈사람은 두 세계를 잇는 전령 같기도 하다. 낯선 세상이었지만 만나서 정을 나누고 나면 추억이 되는 여행처럼, 겨울이면 만나고 싶어지는 눈사람의 온기를 떠올리게 될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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