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여자]공터-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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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는 여자]공터-최승호

  • 승인 2018-12-27 15:36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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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제공
아마 무너뜨릴 수 없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빈 듯하면서도 공터는

늘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공터에 자는 바람, 붐비는 바람,

때때로 바람은

솜털에 싸인 풀씨들을 던져

공터에 꽃을 피운다

그들의 늙고 시듦에

공터는 말이 없다

있는 흙을 베풀어주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무심히 바라볼 뿐.

밝은 날

공터를 지나가는 도마뱀

스쳐가는 새가 발자국을 남긴다 해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의 빗방울에 자리를 바꾸는 모래들,

공터는 흔적을 지우고 있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는 고요가

공터를 지배하는 왕일 것이다.





공터를 지배하는 것은? 고요. 현대는 소리의 아우성이다. 과연 소리가 안 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오히려 너무 이상해서 적응이 안 될 것이다. 기계음과 사람의 말소리. 잠시 상상해본다. 지금 이 순간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면 어떨까. 숨 막히는, 전율을 느낄 고요의 바다에 침잠해 편안함을 느낄 것 같다.

숲 속에 누워 있으면 오직 들리는 건 바람소리,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가 문득 간절하게 그립다. '툭'. 다람쥐가 소나무에 오르면서 땅에 떨어지는 솔방울 소리. 나뭇잎들이 바람에 비벼대는 소리. 빗방울에 잎새에 떨어지는 소리. 고요와 침묵이 내는 소리가 왕이다. 공터가 그립다. 고요가 빚어내는 공터의 화음.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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