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전봇대와 세모꼴 지붕의 관사 등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시간이 흘렀지만 철도사와 철도인의 일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원형이 잘 유지된 철도관사촌은 그야말로 대전의 역사적 이야기가 숨 쉬는 진귀한 문화적 자산이 잠재되 있다.
이처럼 전국 최대 규모의 철도관사촌과 철도보급창고 등은 대전이라는 도시와 연결되는 한 축과 같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일부 철도관사촌 등 상징적인 건축물은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며 과거의 기억을 잇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일제강점기부터 형성된 철도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도심 재생의 핵심 자원이 될 지역 근대 건축물들이 개발 바람과 함께 줄줄이 헐리고 있다.
이에 보존해야할 문화유산이 관광 활성화 혹은 경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7월 중구 대흥동 혜남한약방에 위치한 문학사적 의미가 깊은 정훈 시인 고택이 철거 된데 이어 최근에는 철도관사촌(일부)이 개발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철거를 앞두고 있다.
모두 37동으로 추정되고 있는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철도관사촌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지니고 있으며, 일제의 수탈과 억압의 역사와 6·25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가옥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또한, 서양건축 양식과 일본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결합된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4차선 신안로 공사 및 복합1구역을 비롯해 향후 삼성 4구역 재개발이 추진되면 모두 26동의 관사촌이 허물어지게 된다.
결국 허물어진 관사촌은 이미 '촌(村)'이라는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일본강점기 건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문화재적 보존 가치가 있더라도 보존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에 따라 문화계 인사들은 대전시가 대전역 동광장에 위치한 철도 보급 창고를 중심으로 하는 삼성 4구역을 전면적 재개발이 아닌 보존 방안으로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희 목원대 건축과 교수는 "철도 관련 문화재가 보존돼야 향후 철도박물관 유치 명분이 설 텐데 걱정"이라며 "목조와 회벽 구조등 1920년대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철도관사촌이 철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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