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근대성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한 비르투우소, 뮤지컬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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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근대성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한 비르투우소, 뮤지컬 '파가니니'

2018 대전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뮤지컬

  • 승인 2018-12-27 08:39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뮤지컬_파가니니_공연사진(1)
2018 대전예술의전당 자체 제작 뮤지컬 '파가니니' 공연 모습.
지난 25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파가니니'는 입체적 인물 해석과 탄탄한 서사의 매력이 빛난 시대극이었다. 인물의 천재성에 주목하기 보다는 교조적인 교단과 개인의 인격을 대비해 파가니니의 삶을 재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뮤지컬이 관객에게 소구하는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넘버(노래)가 좋거나, 퍼포먼스가 화려하거나, 무대·의상이 참신하거나, 아니면 서사가 훌륭하거나. 정치적 논란이 있는 '미스 사이공'은 모든 넘버가 아름답고, 이야기가 평범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탭댄스 등 퍼포먼스가 볼거리고, 넘버와 서사가 익숙한 '라이온킹'은 퍼펫과 참신한 의상을 자랑한다. 물론 뮤지컬의 정체성이라 불리는 '캣츠'처럼 모든 요소가 훌륭한 작품도 있다.

네 가지 소구점 중 '파가니니'는 서사가 인상적인 뮤지컬에 해당한다. '몬티 파이튼의 스팸맬롯'처럼 다른 분야에서 보다 캐릭터 연구와 인물 간 구도가 탄탄했다. 기본적으로 남녀 주인공 사이에 삼각관계를 다루면서도, 경직된 종교 교단과 풍성한 감정을 지닌 인간을 대비해 근대성을 부각했다. 전체주의적 종교 교단에 희생된 파가니니를 통해 자본주의와 '개인(퍼스낼러티)'의 탄생으로 대변되는 근대성을 여실히 표현했다. 악마적 천재성을 지닌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파가니니의 삶을 역사의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입체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사제 루치오의 등장으로 초반의 파가니니와 사업가 콜랭 간 대립이 삼각 갈등구도로 발전하고, 여주인공 샬럿이 파가니니와 콜랭 사이에 연애전선을 형성시키며 서사를 복합적으로 끌고 간다. 평면적 인물인 콜랭을 제외하고 파가니니와 루치오 등 등장인물이 시대적 한계 속에서 다층적인 고뇌를 드러내는 입체적 인물로 그려졌다. 무려 20여 곡에 달하는 넘버가 극중 적재적소에 등장해 이야기의 비극성을 돋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뮤지컬 '파가니니'의 묘미는 파가니니 역을 맡은 '콘(KoN)'이 공연 중 실제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이는 데 있기도 하다. '콘'이 비르투오소(기교가 화려한 연주자)인 파가니니를 연기하면서 고음역과 저음역을 빠르게 넘나드는 바이올린 연주를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섬세한 클래식 음악을 증폭된 사운드로 듣는다는 점에서 어색한 감도 있지만, 현대음악이 주조인 뮤지컬에서 클래식 음악이 울려퍼지는 신선한 광경이 다수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연극에서 노래를 몇 곡 부르는 게 창작 뮤지컬'이라는 편견을 깨고 '파가니니'는 캐릭터와 서사, 그리고 클래식 연주를 통해 나름대로 충실한 작품의 면모를 보여줬다. 혹 명곡 '라 캄파넬라'가 등장하는지 궁금한 분들은 언젠가 한 번 관람해도 좋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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