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바보몽땅'의 작품들이 백석 시와 닮은 부분이 있다면 단연 매끄러운 대화체 활용이 꼽힌다. '보고 싶은 옥이 이모' 등 다수의 작품에서 시인은 대화와 서술을 무리 없이 연결하고 있다. 화자를 주체로 노출하지 않고 대화와 서술 사이에서 넓은 행간을 일궈낸다.
강 시인은 대화체뿐 아니라 시골의 풍광을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고 소소한 에피소드로 풀어내, 서술시의 덕목을 드러낸다. '바다라는 이름'에서는 비유와 상징 대신 곡진한 이야기로 애틋한 정서를 뚜렷하게 구축한다. 나긋나긋한 어조에 묘사와 서사가 적절히 혼합돼 어촌의 향토성이 효과적으로 강조됐다. '울멍울멍', '뒤란' 등 정감어린 시어도 분위기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
여러 작품을 통해 온정적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삶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장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투명인간의 입술'에서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간이 느낄 법한 미묘한 감정을 탁월하게 그려낸다. 시인이 단순한 향토시에 머물지 않고 삶에 대한 이해라는 문학의 본령에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랄하면서도 사실성을 추구하는 몇몇 작품들은 신동엽 시인의 시풍을 닮아 있기도 하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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