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여행이다'는 고전부터 홍콩·할리우드·한국 영화까지 관심사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 중 팀 버튼 감독의 초기작 '가위손'을 다룬 글에서는 작가의 예리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엿보인다. 두 손이 날카로운 가위로 이뤄진 탓에 여주인공에 다가가지 못하는 에드워드가 얼음조각으로 눈꽃을 만드는 장면에서, 내밀한 '결핍'과 '아픔'을 짚어내는 통찰이 탁월하다. 1990년대 천민자본주의와 비인간화에 대한 동화적 풍자라는 식의 상투적 비평보다 작품의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하는 셈이다.
예술적 감응력이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박명순 작가는 창작자 및 영화이론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드러낸다. 감독의 경향 및 영화 사조를 밝히진 않지만 감상에 정확한 이해를 담는다. 홍콩영화 거장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표정·행동에서 드러난 상황적 분위기가 포인트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왕가위의 작품들은 보통 도발적 카메라 구도 및 동선으로 유명하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을 다룬 글에서는 로케 촬영·비전문 배우 캐스팅·핍진성 등 네오리얼리즘의 콘셉트를 정확히 제시한다. 작가가 영화사에 수준급의 이해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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