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이론보다 마음으로 쓰는 영화 비평 '영화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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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이론보다 마음으로 쓰는 영화 비평 '영화는 여행이다'

박명순 지음, 삶창

  • 승인 2018-12-27 16:18
  • 신문게재 2018-12-28 9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영화는 여행이다
문화이론에 기대기보다는 예술적 감응력으로 승부하는 평론이 부족한 시대. 대가의 이론을 인용하지 않으면 본격 비평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세태 속에서, 실제 작품과 해석이 유리되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영화 에세이를 표방한 신간 '영화는 여행이다'를 통해 박명순 작가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 감응력으로 작품을 해석해나간다.

'영화는 여행이다'는 고전부터 홍콩·할리우드·한국 영화까지 관심사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 중 팀 버튼 감독의 초기작 '가위손'을 다룬 글에서는 작가의 예리하고 섬세한 감수성이 엿보인다. 두 손이 날카로운 가위로 이뤄진 탓에 여주인공에 다가가지 못하는 에드워드가 얼음조각으로 눈꽃을 만드는 장면에서, 내밀한 '결핍'과 '아픔'을 짚어내는 통찰이 탁월하다. 1990년대 천민자본주의와 비인간화에 대한 동화적 풍자라는 식의 상투적 비평보다 작품의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하는 셈이다.

예술적 감응력이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박명순 작가는 창작자 및 영화이론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드러낸다. 감독의 경향 및 영화 사조를 밝히진 않지만 감상에 정확한 이해를 담는다. 홍콩영화 거장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부분에서는 주인공의 표정·행동에서 드러난 상황적 분위기가 포인트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왕가위의 작품들은 보통 도발적 카메라 구도 및 동선으로 유명하다.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을 다룬 글에서는 로케 촬영·비전문 배우 캐스팅·핍진성 등 네오리얼리즘의 콘셉트를 정확히 제시한다. 작가가 영화사에 수준급의 이해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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