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기고] 내민 손과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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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기고] 내민 손과 등불

김춘경 대전다누리콜센터1577-1366 센터장

  • 승인 2018-12-26 14:22
  • 신문게재 2018-12-27 9면
  • 박태구 기자박태구 기자
김춘경
이주여성에게 논술지도로 재능기부를 하시는 K선생님이 '이주민을 위한 일은 손을 내밀어 주고 등불이 되어 주는 것 같다'고 한다. 대전센터가 개소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조용히 자문해 본다. 과연 도움이 필요했던 수많은 이주민에게 일어 설 수 있도록 잡아주고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불이 되어 주었을까? 많은 얼굴들, 사연들, 동분서주 뛰었던 일들이 파노라마로 스쳐 지나가는 중 문득 나만 손을 내밀고 등불이고자 한 것이 아닌 그들 또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나아갈 길을 밝혀주어서 지금까지 이르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이주여성을 "온정적인 무엇인가를 받는 수혜자"로서 표현하고 인식하기도 한다. 그들이 받기만 하는 수혜자일까?

불법체류 노동자 스리랑카인 니말씨는 위험을 무릎 쓰고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의 손을 내밀어 고령의 할머니의 생명을 구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내 최초로 외국인 의상자 영주권을 받게 되었는데 너무 쉽게 영주권을 준다며 반발시위도 있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선진국 평균 난민 인정률은 38%인 것에 비해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4%에 불과하고 2015년 한국의 일반국민 대상으로 조사한 다문화수용성도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취업 경쟁이나 생활공간 공유 등 상호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다문화수용성이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여러 요인 중 나와 다름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 예컨대 자신의 영역이 침해되고 , 한국인의 일자리가 줄어 경제적 손실이 생길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외국인·이주민과 접촉·교류가 많을수록 다문화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유의미한 현상이다. 자주 접하면서 소통하고 이해할 때 우리는 서로가 편견을 벗어내고 함께하니 더 좋은 것들을 발견하고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돌아와 다시 반문해 본다. 그들이 받기만 하는 수혜자일까? 선주민보다 훨씬 많은 각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장에 여러 형태로 참여와 나눔을 실천하는 이주여성들, 아이들의 다문화이해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활동을 하고, 성폭력피해를 당한 친구를 위해 거리캠페인에 동참해준 또 다른 이주여성들,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하고 봉사하는 우리센터의 이주여성 인권지킴이 활동가들, 여전히 익숙치 않은 한국의 시장상황에 용감하게 창업하여 사업주로서, 또는 각자 소속된 크고 작은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이주여성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들로 인해 더욱 성숙해 질 수 있었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관점이 훨씬 깊고 다양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서로에게 등불이 되어 그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



김춘경 대전다누리콜센터1577-1366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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