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이들은 학생 57명에게 에릭이라는 가상 학생의 구직 커버레터(cover letter)에 대한 피드백(feedback)을 주게 했다. 그런 뒤 피드백을 준 학생 절반에게는 "저의 커버레터에 대한 당신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받게 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저의 커버레터에 대한 당신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매우 감사합니다!(Thank you so much!). 정말로 감사합니다(I am really grateful.)"라는 이메일을 받게 했다.
그런 후 각 그룹 학생들의 자아 가치감(Self-worth)을 측정했다. 감사 인사가 없는 간단한 이메일을 받은 전자의 그룹에서는 25%만이 자신의 피드백이 가치가 있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반면 감사 인사가 곁들여진 이메일을 받은 후자 그룹 학생들은 55%가 자아 가치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지노 교수는 실험의 결과에 대해 감사 인사가 상대방의 자아 가치감을 높이고, 감사 인사를 표현한 사람들을 돕는 행동을 유발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노 교수는 대학에서 기금을 모금하는 직원 41명을 대상으로도 실험했다. 기금을 모금하는 책임자가 절반의 직원을 한 명씩 방문해, "열심히 일해 주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대학 발전에 대한 당신의 공헌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는 감사 인사를 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 그룹에는 감사 인사를 전혀 하지 않고 기금을 모금하게 했다.
그 결과, 감사 인사를 받은 직원들이 기금 모금을 위해 전화를 건 횟수는 전보다 무려 50%가 증가했다. 그러나 감사 인사를 받지 않은 직원들의 전화 횟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노 교수는 실험 후에, 조직의 리더들이 감사인사를 표현할 기회를 놓친다는 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직원 사기를 높이고 성과와 효율성을 높일 기회를 잃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도 인사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을 한 방송에서 했다. 어떤 사람을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사람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게 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도중 짐을 떨어트리게 했다. 이때,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처음에는 인사도 없이 타게 했다가 짐을 떨어뜨리게 했다. 이때는 함께 탄 12명 중 3명만 도와줬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함께 탄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더니 9명이 도와줬다. 간단한 인사가 어떤 힘과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시대에 인사(人事)는 '사람 사이의 일'로 모든 예절의 기본이자 상대방에 대한 첫 번째 예의다.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인사이고, 인사를 통해 서로를 인식하고 소통을 시작한다. 인사는 그냥 형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정확히 말하면 '진정성 있는 인사'다. 진정 어린 마음을 담고서 고개 한번 정중히 숙이고 인사하는 것, 그 간단한 인사가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고 김영삼 대통령이 재임 중에 자주 사용한 '인사(人事)가 모든 것'이라는 의미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의 '인사(人事)'는 행정적인 일을 뜻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 사람에게 '진정성 있는 인사'야말로 모든 관계의 시작이고 마무리가 되는 만사(萬事)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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