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인간의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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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인간의 본성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2-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선악
게티 이미지 뱅크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가 아니면 악(惡)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이에 대한 결론은 아마도 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선과 악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내리기도 어렵지만, 인간의 본성이 선이나 악으로 판단하기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복잡함이 선과 악 둘 중에서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 있어서 인간은 한없이 선한 면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분노와 증오 등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이 악한 측면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세상의 모든 것을 선과 악이라는 양면으로 구분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은 선한 존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인간이 애초부터 나쁜 마음으로 악한 일을 의도적으로 행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저지르는 악한 행위나 행동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잠깐의 실수로 또는 의도적으로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행한 어떤 행위의 결과가 악한 것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쁜 마음을 순간적으로 가졌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행동을 보면서 그 마음을 다르게 고칠 수 있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애초부터 나쁜 악한 존재가 아니라 선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만, 때때로 세상을 살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혹시나 만나게 되면 정말 믿고 싶지 않지만, 인간의 본성이 나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예전에 수사기관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범죄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사연도 있고 이유도 있지만, 그 중 일부는 본성이 정말 나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수사 중에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지만 말입니다.

이번 주에 어떤 이유로 한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분과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과거 문항 출제로 알게 된 분으로 현재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인 분입니다. 업무로 인해 알게 된 분이지만,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이 선생님은 본성이 곱고 선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선생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분의 내면의 모습이 설명하기 어렵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인간의 참 모습과 자신의 교사로서의 역할을 깨닫게 하는 분이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이 선생님과 장시간 통화를 하면서도 그 선생님으로 인해 내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바로 이렇기 때문에 선하고 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선생님과는 달리 정반대의 경우도 지난주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평소 이런 분과 만남이나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과거 10여 년 전 우연히 알게 된 분입니다. 이 분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과 괴로움을 주고 그런 행위 자체가 잘못된 것인지 조차도 모르는 분입니다. 10여 년 전에도 그렇게 생각되게 한 분인데,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쁜 습성은 여전하고 더 나빠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분은 자신이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자신과 같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모든 것을 대화나 타협이나 조정보다는 투쟁과 갈등 그리고 법적인 소송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으로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분입니다.

잠시 스쳐 지나가듯이 만나도 그 분을 통해 '인간이 참 아름답다'라고 느끼게 하는 분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분이 있다는 현실이 좀 그렇습니다. 남을 이해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분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분이 있는 반면,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생각하고 싸우려고만 하는 분이 있다는 현실 말입니다. 이런 현실을 접하면서 '과연 나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 가?', '남이 나를 볼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바라는 나는 적어도 '나쁜 사람'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나쁘지 않은 '좋은 사람'이 되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닐 것입니다. 또 항상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거나 상처 받을 다른 사람에게는 의도하지 않게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은 양보할 수도 있고 조금은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일에도 양보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 않음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섭섭함을 주게 된다면, 결국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본성이 어떠한가에 대한 물음은 때로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아야 할 경우도 있고, 또 때로는 다분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내가 선의의 의미로 행하거나 말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줄 수도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극히 드문 경우이기는 하겠지만, 내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나 말을 했더라도, 그것이 결국은 그 당사자에게는 상처나 피해가 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막거나 줄이는 효과로 작용한다면, 그것은 결코 '나쁜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본성과 나의 본성을 결부해서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이해와 관용과 용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 동안 살아온 삶 속에서 혹시라도 의도하지 않았던 '나쁜 것'이나 '악'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자체와 이유와 원인을 한시라도 빨리 도려내고 없애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것들이 개입할 수 없도록 '좋은 것'과 '선'한 것으로 단단한 울타리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만나고 싶고 함께 동행하고 싶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은 조금 미숙하더라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주말 좋은 생각과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좋은 사람이 되기를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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