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행복 넘치는 황금돼지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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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행복 넘치는 황금돼지의 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12-2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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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증조부가 지었던 시골집을 헐고 새로 집을 지었던 일이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살던 선배가 건축을 맡았었지요. 완공되고 집들이 할 때 그 선배가 그림을 하나 선물한 모양입니다. 초가 앞마당에 돼지 가족들이 놀고 있습니다. 종이를 눌러 입체감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한쪽 벽을 차지하고 걸려있습니다.

돼지는 사람과 아주 친숙한 가축 중 하나지요. 멧돼지 과에 속합니다. 산에 살다 속세로 내려와 사람과 동반자가 된 것이지요.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신성한 제물이 되어 사람의 화를 막아주거나 복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자연에 제사 올리는 제수물품 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요. 큰 제사에는 통돼지가, 작은 제사상에는 돼지머리가 올라갑니다. 묘하게도 입을 벌리고 웃고 있지요.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것은, 우리가 기르는 가축 중 한배에 가장 많은 새끼를 낳기 때문 아닌가 합니다. 보통 6 ~ 12마리를 낳지요. 잡식성에다 워낙 잘 먹어 마른 돼지는 볼 수 없지요. 넉넉한 생김새도 한 몫 하였다 생각됩니다. 돼지의 한자음이 '돈豚'이라 화폐를 부르는 돈과 같아 재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 덕인지 집에 두는 저금통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돼지 저금통이지요. 누구나, 가지고 있거나, 갖고 있어본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세간에 돼지꿈을 최고의 길몽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돼지 꿈꾸라' 기원이나 덕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돼지꿈 꾸면 재물이나 행운이 온다 생각합니다. 복권을 사기도 하더군요. 꿈은 그저 꿈일 뿐이겠으나, 집안으로 돼지가 들어온다, 돼지가 새끼를 낳는다, 돼지 새끼를 쓰다듬거나 같이 논다, 돼지 타고 대궐로 들어가는 것 등이 특히 좋은 꿈이라 하더군요.



돼지에 대한 오해도 많지요. 지저분하다거나, 미련하다 생각합니다. 그 반대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냥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멧돼지가 사는 곳은 명당이랍니다. 좌청룡 우백호에 안산이 어우러진, 주산에서 내려온 혈에 집을 마련한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가장 무서운 적이겠지요. 그를 포함하여 오가는 짐승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답니다. 그것도 남향이나 동남향에 말입니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해야 하니까요. 덤불아래 바닥을 깔아 잠자리를 마련한답니다. 퍽 지혜롭지 않은가요?

때때로 지저분한 것을 일컬어 돼지우리 같다 합니다. 예전, 돼지우리에 집을 깔아 주었지요. 한쪽에 변을 봅니다만, 워낙 많이 배설하기도 하고, 뒷일 보는 곳이 넓어져 우리 안을 다 차지하게 되지요. 배설물이 범벅인 속에 사는 것 같이 보입니다. 냄새도 지독 하다 보니, 더럽고 지저분함의 상징이 되었지요. 돼지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것 같습니다. 실은 후각이 발달되어 있어 똥오줌을 잘 가린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애완동물로 기르는 경우도 있더군요. 요즈음 돼지우리는 호화주택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사는 주택보다 건축 단가가 높다 들었습니다. 필자도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자동 급이 시설, 배설물 처리시설, 샤워기를 포함한 냉난방시설, 운동량 측정을 통한 건강 체크시스템 등 엄청 치밀하고 고급지지요.

돼지 얘기를 하다 보니 '날아라, 슈퍼보드' 애니메이션이 생각납니다. 돼지를 더욱 친숙하게 해주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중 한 사람인 허영만(許英萬, 1947.6.26. ~ ) 작가의 만화 『미스터 손』이 원작이라 합니다. 그 또한 중국 4대 기서 중 하나인 서유기(西遊記, 1590년 경 오승은 저)가 모델 이지요. 아이들과 함께 보다가 너무 재미있어 챙겨 보기까지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1990년 8월 21일 첫 방영이 되었는데, 1992년 11월 29일 주간 시청률 42.9%를 차지했답니다. 애니메이션 사상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이라 합니다. 창의적인 현대적 재해석과 발군의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독특한 개성과 친근감 넘치는 캐릭터들도 너무 좋았습니다. 엉뚱한 사람의 상징이 된 사오정을 비롯하여 많은 유행어도 낳았지만 의인화된 돼지 저팔계의 '~하셔' 또한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성우 노민(盧敏, 1948.7.2. ~ )의 애드리브이었다 합니다. 많은 관계자들 지혜와 노력이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켰겠지요. 콘텐츠개발 종사자에게 가히 모델이 될 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개성 넘치는 많은 캐릭터 중심에 삼장법사가 있습니다. 설정 자체를 그리 하였겠지요. 평화를 사랑한 나머지 소림사에서 무술 배울 때, 공격기술은 하나도 배우지 않고 방어기술만 익혔답니다. 당하기는 해도 싸우는 일이 없지요. 나아가 말씀으로 악을 물리치러 여행을 떠납니다. 웃음 가득한 이야기 와중에 소금이요 빛, 생의 지표가 되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마귀는 겉모습이 흉측해서가 아니라, 악한 마음 때문에 마귀라 한다. 육체를 해치는 마귀도 있지만 정신을 병들게 하는 마귀도 있는 게란다. 사람은 겉 보습 보단 아름다운 마음이 중요하단 말이니라."

훈훈한 마음, 웃으며 살자는 생각으로 한 해를 보냈습니다. 노력 없는 행운을 바랄 수 없지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 새해, 즐거움,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자! 다짐해 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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