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늘소 제공 |
갯벌에 사는 짱뚱어 가족의 막내 짱식이가 겨울잠을 자고 일어났다. 봄이 다 지나갈 무렵이다. 이른 봄 진작 일어나 있던 다른 갯벌 생물 친구들은 짱식이에게 잠꾸러기라고 놀린다. "하하하, 짱식이는~ 잠꾸러기~ 잠보래요~ 잠보래요!" 이마 위로 툭 튀어나온 눈도 덩달아 놀림감이 된다. "호호호, 짱식이는~ 못난이~ 눈탱이래요~ 눈탱이래요!" 짱식이는 엉엉 울며 아빠 짱뚱어 곁으로 돌아간다.
그림책 『잠꾸러기라고 놀리지 말아요』를 읽게 되는 많은 아이들은 짱뚱어가 겨울잠을 길게 자고 아빠 짱뚱어가 엄마 대신 아기 짱뚱어를 돌본다는 걸 처음 알게 될 것이다. 아빠 짱뚱어가 짱식이에게 이야기해주는 늦잠과 튀어나온 눈의 이유가 궁금해 책장을 서둘러 넘기게 될지도 모른다.
책은 갯벌 생물들이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공존하는 갯벌 생태의 다양성과 유기적 공존의 관계를 보여 준다. 아이들이 쉽게 보기 어려운 대합조개, 맛조개, 비단고동, 달랑게, 망둑어가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돼 친근하게 다가온다. 처음에 짱식이를 놀리는 갯벌 친구들의 모습은 얄밉게도 느껴지지만 마지막엔 그를 부러워하는 모습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천진하다. 짱식이처럼 외모나 행동이 자신과 다른 친구 모두가 각자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세계가 갯벌 생태계만큼 조화로워 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갖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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