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장외투쟁 중인 공공연구노조원들 모습. |
“직접고용 말고는 이 파업을 멈출 수 없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문제가 자회사로 가닥이 잡히자,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17일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는 사회 양극화와 불공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며 장기 투쟁을 예고했다.
공공연구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압박 투쟁에 불과했으나, 앞으로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 공세적인 투쟁에 나서겠다”며 “임금 체불이나 기타 부당 노동행위 등 간접 노동자들에게 가해졌던 위법 사안을 세상에 알릴 것”이라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
공공연구노조는 지난 10일부터 세종국책단지에서 장외투쟁 중이다. 투쟁 이틀째였던 12일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일말의 기대감은 있었다.
그러나 13~14일 강릉에서 열린 기관장 경영협의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기관장 경영협의회는 용역 업무 중 경비와 미화를 자회사로 추진하고, 다른 직종도 직무분석을 통해 전환 방식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접 고용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기간제 방식에 준하는 심사 절차를 거치기로 해 결국 노동자를 전환하지 않고 해고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 공공연구노조의 분석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그랬듯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형식적인 사과도 한마디 없다. 정부 정책과 가이드라인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2700명의 간접고용자를 ‘희망 고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25개 기관장이 모여 1박 2일 동안 논의해 내놓은 결과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분노를 더 크게 만들고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출연연 300여 명 파업 노동자들은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의했다.
압박 수위를 높인다. 20년 동안 기간제와 용역, 파견직으로 차별받은 부당행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법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
정의당 대전시당은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하라는 구체적이고 강력한 신호를 기관에 줘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률 등 전환 실적을 기관과 기관장 평가에 반영해 제대로 추진하도록 하고, 전환 결과를 점검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정규직화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연구노조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은 과학기술계 출연연의 구조적 차별을 철폐하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소중한 진전”이라며 “우리는 해를 넘기더라도 출연연 5개 기관 300여 조합원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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