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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초여름이었던가. 휴일 시내에서 후배랑 만나기로 약속하고 지하상가로 내려갔다. 도청 앞 지하상가 공연장에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소리는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내 심장을 두드렸다. ~오 그대여 떠나지 말아요~.' 가슴이 쿵쾅쿵쾅 사정없이 방망이로 두드려댔다.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몸이 떨렸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감정의 동요가 일었다. 잠시 멈춰 서 노래를 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여름이 오고 있었다. 대지는 생명의 소생으로 꿈틀거리는 여름의 시작 아니던가. 달콤한 미풍은 코끝을 간질이고 산천이 연두빛으로 물드는 시절이었으니까 말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혁명의 징조였다. 천재 혁명가들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왔다. 전복을 꿈꾸는 청춘의 불온함이 그렇게 폭발했던 것이다.
어쩌다 '난 알아요'를 듣게 되면 지나간 그 시절이 생각나 웃음이 픽 나온다. 그리 달콤하지도 영광스럽지도 않은 젊은 날의 추억이었지만 청춘의 아이콘 서태지와 아이들 덕분에 열정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우리의 한 시절이 지나갔다. 서태지와 아이들도 한 시절을 보냈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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