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총장 체제를 유지하는 안도감과 의혹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곳곳에서 상존하는 만큼 카이스트 내부는 어수선함 그 자체다.
어쨌든 신 총장과 카이스트 입장에서는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한동안 논란의 불씨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12월 이사회에서 신 총장의 직무정지 결정을 유보하고 차기 이사회 안건으로 넘겼다. 이사회 9명 가운데 정부 측 인사를 제외한 6명이 유보 결정에 동의했다. 사법 당국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다.
이사회 일정이 빨리 잡힌다 해도 해를 넘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카이스트는 현 총장 체제에서 연말과 새해를 맞는다.
사상 초유의 현직 총장 직무정지라는 불명예보다는 의혹은 남아 있지만,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무정지 반대 성명을 냈던 교수들과 과학계는 반색하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는 "신 총장을 향한 정부의 움직임이 표적수사와 다르지 않았다. 의혹에 대한 결과가 나온 뒤에 직무 정지를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한 교수는 "이사회가 국내외적으로 이슈가 된 이번 사건을 직무정지로 결정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다만, 의혹은 제대로 털어내고 가야 한다"고 조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구성원들도 존재한다.
카이스트 한 학부생은 "횡령과 배임, 과학자나 학자에게 치명적인 의혹과 관련해 수사 중이다. 물론 카이스트가 아닌 전 직장의 문제지만, 직무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도 옳은 것은 아니다"고 반론했다.
직무정지를 요청했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난처하게 됐다.
14일 이사회가 끝난 후 과기정통부는 입장문을 내고, "이사회 결정은 존중하지만, 신 총장이 이번 사건을 국제문제로 비화 시킨점은 유감스럽다"며 "검찰 수사에 책임감 있게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사회 개최 하루 전까지도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신 총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며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것이 과기부의 주장이다.
이제 쟁점은 의혹에 대한 검증 단계인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신성철 총장이 DGIST 총장 재직 당시 직위를 이용해 연구비 부정유출, 특혜채용에 관여한 비위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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