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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병원을 개업한 한 의사가 나무의 목소리를 글로 적었다.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나무가 주렁주렁 달고 있는 상처를 보며 그 사연에 귀를 기울여 온 그가 '평생 굴신하며 살아온 노거수들의 행색이 불편했고 상처투성이 몸으로도 봄이면 꽃을 피우는 아둔함에 화가 나' 한때 외면하고도 싶었던 나무들의 이야기다. 책은 그런 나무들이 고통에서 놓여나기를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1세대 나무의사인 저자 우종영은 자작나무 숲이 바람에 춤추는 기척을 느끼며 새벽 2시면 일어나 책상 앞에 정좌해 바림질하듯 한 자 한 자, 한 편 한 편 글을 쓰며 다섯 계절을 보냈다. 그렇게 써 내려간 스무 편의 글에는 10대 시절부터 나무와 함께 살면서 얻은 산 경험과 식물성 정서, 나무를 향한 연민 그리고 남다른 호기심과 열정에서 비롯한 방대한 독서량이 빚어 낸 다양한 지식과 견고한 지혜가 가득하다. 나무가 보내는 편지, 나무의 풍요로움에 대한 예찬, 생태적 특징, 우리에게 베푼 것들에 대한 기록, 나무의사의 윤리가 5부에 걸쳐 담겼다.
책 제목으로 쓰인 '바림'은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 전에 물감을 먹인 붓을 대,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을 말한다. 나무를 이야기하며 '바림질하듯 부드럽게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단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공기를 정화하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하는 나무를 집안의 공기청정기보다 못하게 바라본다.' 그 무심함을 버려달라고, 저자는 세심하게 바림질한 글로 당부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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