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스연구소 제공 |
주택가, 골목, 대로변, 가겟집, 전철, 버스와 같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난다. 서로에게 지옥만 되지 않아도 다행인 타인의 존재를 향한 무심함은, 남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배려의 옷을 입고 모두를 홀로 있게 한다.
작가는 이렇게 풍경처럼 혹은 무생물처럼 느껴지던 타인들을 남다른 시선으로 공감하고 애정하고 연민한다. 외출복을 곱게 차려입고 대문 옆 담벼락 그늘에서 하루를 보내는 할머니, 한 쪽 다리는 없지만 동네에서 제일 발 넓은 동네 할아버지, 쭈그리고 앉아 자식의 차 번호판의 먼지를 닦는 어머니, 묵묵히 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 일하다 지쳐 양복을 입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생각에 잠긴 회사원의 마음을 그림 속에서 어루만져 준다. 화려한 수식없이 짧고 단단한 문장은 마음속에 파문을 만들고 이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책의 부제인 '오늘 당신이 무심코 지나친 사소한 사람풍경'이 온기를 품는 순간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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