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구성원들은 연이어 성명을 발표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청한 신 총장의 직무정지는 부당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신 총장을 향한 정부의 칼날이 자칫 표적 수사로 보일 수 있고, KAIST는 물론 과학계 전반의 이미지 실추로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정부의 성급한 수사 태도에 우려감을 드러냈다.
신 총장의 직무정지를 반대하는 성명은 지난 10일 물리학과가 주도해 카이스트 학생과 외부 대학, 기관까지 포함하면 현재 800명이 넘는 인원이 ‘신성철 지키기’ 서명에 동참했다.
물리학과 관계자는 “국제공동연구관례를 보면 대형연구장비는 돈을 내고 쓰는 것이 정상이고,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처럼 세계적인 연구소가 뒷구멍 가게처럼 안일하게 연구비를 주거나 인력을 채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혹만으로 KAIST 총장에게 임기 중 직무정지라는 굴레를 씌워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제28대 교수협의회도 13일 “신성철 총장의 거취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중지를 모았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569명 중 과반수를 넘긴 310명이 교협 성명에 찬성했다.
이승섭 교수협의회장은 “교수협의회를 소집하고, 공식 성명을 냈다”며 “신성철 총장과 KAIST는 국내외적으로 위상이나 비중, 더 나아가 막중한 책임이 있기에 절차상의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직무정지와 유보, 어느 쪽도 가늠할 수 없는 탓에 KAIST 내부는 더욱 혼란스럽다.
만약 14일 이사회가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하면, KAIST는 부총장 대행으로 들어간다. 직제상 3명의 부총장 가운데 박오옥 교학부총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는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직무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하기는 어렵다”며 “전체적인 거버넌스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부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한 카이스트 학부생은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사하는 동안 직무를 수행하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3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서한을 보내온 LBNL의 내용을 해명했다.
과기정통부는 “DGIST-LBNL 용역계약이 미국 법에 따라 검토 승인됐다고 하더라도 DGIST는 국가계약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DGIST감사 과정에서 총장과 관련자의 비위 사실이 확인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조치와 직무정지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KAIST 정기이사회는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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