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
기자나 프로듀서, 아나운서 모두 업무의 시작은 노트북 펼치기다. 기자들은 외부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기사를 작성, 방송국으로 송고한다.
보도국 데스크인 팀장은 수시로 보내오는 기사를 보고 더 예쁘게(?) 수정하고 편집하는 게이트 키퍼(gatekeeper) 역할을 한다. 마감 시간에 임박해 쓰다 보니 내용과 오·탈자 등 어법이 맞지 않는 문장도 있기 때문이다. 수정이 끝나면 방송용과 편집용으로 두 장을 인쇄하면 끝!
그러나 1970년대 말에는 컴퓨터가 없어 모든 원고를 볼펜으로 쓰던 시대! 당시에는 한 장을 쓰면 두 장이 복사되도록 원고지 후면에 검은 먹으로 도색(?)되어 있었다.
지금은 틀리면 컴퓨터에서 수정하면 간단하지만, 당시에는 장마다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두 석 줄 정도 쓰다 틀리면 부담이 적지만, 거의 다 썼는데 처음부터 또 쓰려면 스트레스가 최악이다.
방송 시간은 다가오는데 다시 쓸 시간은 없고… '볼펜 심'의 찌꺼기(당시 '똥'으로 부름)까지 묻어 글자가 덮친다.
악필에다 급하게 쓰다 보니 글씨체가 지렁이가 기어가는 것 같다. 더구나 방송 시간 직전 원고를 전달하다 보니 아나운서는 예독도 못한 채 뉴스를 시작한다.
"감기 환자가 극증(급증이 맞음)하고 있습니다. ~중략~ 건강에 주의('해' 자 탈자)줄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급증' 발음이 '극중' 발음과 비슷하니 그냥 넘어갔지만, '건강에 어떻게 주의를 준다?'는 말인가?
방송을 마친 선배, 화난 표정이다.
"야! 이 지렁이 글씨, 너 한번 읽어봐!"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저도 제 글씨를 며칠 지나면 무슨 글자인지 물라유!" ㅋㅋㅋ~~. 박붕준(대전과기대 신문방송주간 교수/홍보전략센터장/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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