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산 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나비의 방'에서 사진작가라는 직업 세계를 적절히 차용하면서도 인간의 삶과 내면에 대한 통찰을 동시에 시도한다. 곡절 많은 인간 군상에 동조하기보다는 일정 거리를 두고 서사를 담담하게 끌고나가는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작가의 장점은 때때로 '대화'보다는 '서술'에서 빛나는데, 인물의 행동을 시적으로 밀도 있게 표현하는 문학능력이 인상적이다.
'나비의 방'은 기존의 중편소설 3편을 연작 형태의 장편소설로 구성한 작품이다. 사진가이기도 한 작가가 10년간 전국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에 녹였다. 하나의 피사체를 넘어 대상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작가의 시도는 다큐 사진가의 자질과도 닮아 있다. 여행 도중 조우한 소외계층의 투박한 현실인식을 표현하는 한국 여로형 소설의 전통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진기행', '삼포가는 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로 이어지는 여로형 소설의 전통이 '나비의 방'에서도 면면히 흐른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이강산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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