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희의 세상읽기] 로봇기자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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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희의 세상읽기] 로봇기자의 역습

  • 승인 2018-12-12 11:00
  • 신문게재 2018-12-13 23면
  • 우창희 기자우창희 기자
우창희_증명사진
미디어부 우창희 부장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기사를 쓰는 시대가 왔다. 주제와 관련된 인용, 사건의 배경·원인·결과·통계 등을 자체적으로 해석해 본문을 작성한다. 속보부터 스트레이트까지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이를 가리켜 '로봇 저널리즘'이라 부른다.

로봇 저널리즘의 탄생은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LA타임스가 개발한 '퀘이크봇(Quakebot)'이 첫 시작이라고 꼽을 수 있다. 퀘이크봇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속보를 내기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로봇이 위치, 시각, 강도를 인터넷에서 수집해 정해진 양식에 맞춰 기사를 작성한다. 1초 단위로 기사가 나오니 사람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글의 딥마인드(Google DeepMind)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는 전 세계에 생중계 되며 화제가 됐고, 이후 인공지능 기술이 다방면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며 저널리즘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로봇 저널리즘은 이름만 들으면 로봇이 기사를 작성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컴퓨터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한다. 이때 알고리즘이 활용되는데 컴퓨터가 원하는 검색결과를 찾아내고, 내비게이션이 최적의 경로를 찾도록 돕는 것을 모두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고 사용하는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프로그램 알고리즘이 최적의 결과를 찾아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불량 기사를 걸러내기도 하고, 내가 찾는 단어와 관계가 있는 다른 정보까지 함께 보여준다. 이는 빅데이터를 집적화할 수 있었기에 가능해진 일이다.

그러면 로봇 기사의 정확도는 어느 정도 일까. 기사를 보는 독자들은 사람이 쓴 기사와 로봇이 작성한 기사를 구별할 수 있을까. 정답은 '구별하지 못한다'이다.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사구별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오히려 로봇이 작성한 기사라고 공지할 경우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했다. 이는 실시간 검색어 기사들의 무분별한 베끼기 형태에 기자와 언론의 신뢰도가 얼마나 많이 추락했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일부 언론사들은 앞 다퉈 로봇 저널리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뉴스 '아이엠FN봇', 헤럴드 경제 '헤어로', 이투데이 '이투봇', 서울경제 '뉴스봇', 연합뉴스 '사커봇', 전자신문 '앳뉴스' 등이다. 지역신문 중에서도 3년의 노력 끝에 상용화에 성공한 '대구일보'도 있다. 스포츠 야구, 증시현황, 일기예보 등에서 널리 사용 중이다.

각 언론사들은 로봇 기사가 속보와 시의성에서 사람이 하는 것보다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기사량 또한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보인다. 야구경기의 경우 다량의 득점 상황이 연출된다면 한 경기당 약 20여 건의 기사를 로봇이 처리해 낼 수 있다. 이런 특 장점으로 언론사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로봇 기사가 증가할수록 새로운 고민거리도 생겼다. 뉴스에 대한 저작권이다. 국내 저작권법을 보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기사는 저작물이 될 수 없다. 이에 향후 저작권 논란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점점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시대가 된듯하다. 하지만 아직 까지는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기사들이 많다. 취재원을 만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작성되는 기사나 특정 사안을 재해석한 기획기사, 탐사보도 등이 예이다. 결국 로봇 저널리즘과 사람은 각자의 영역을 나눠 서로의 전문성을 더 키워가지 않을까 싶다.

우창희 기자 jdnews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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