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이따금씩 들어오던 말이다. 이 표현이 극에 달했던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때마다 난 이렇게 외쳤다.
"세상에 특이한 건 없어. 다 상대적인 것 뿐이야. A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B라고 하는 사람을 특이하게 여긴다는 건 말이 안 돼. 너희가 평생 다수자일 것 같아?"
그러면 사람들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네가 특이하다는 거야."
당시의 난, 스스로를 너무도 당연스레 다수자라 여기는 주변 사람들의 안일함이 싫었다. 동시에 누군가를 쉽게 소수 취급하는 그 무딤이 싫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그 안에 담긴 생각들은 더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함을 사람들은 자꾸 잊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외침은 의외로 쉽게 깨졌는데, 그건 바로 남들이 말하는 특이함의 표본인 한 선배를 만났기 때문이다.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지은아. 넌 특이한 게 아니야. Special. 특별한 거지."
난 생각했다.
'이 선배… 완전 특이하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특이함도 특별함도 뭐든 옳은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를 특이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투 속에 나를 배제하려는 의도나, 행동을 바꾸고 싶어 하는 감정들이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쉽게 끓어오르는 나의 엉성한 분노가 재미있고 동시에 매순간 한결같던 반응이 역으로 신선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자신과 다른 행동, 생각, 언어 등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다. 타협할 수 없는 경우엔 더 그렇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무리가 다수일 경우, 반감은 권력 속에서 밖으로 표출된다.
얼마 전 발생한 인천 중학생 추락사건이 그 예다. 학생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고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결말을 맞았다. 외모가 자신들과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요즘 사회에서 뜨겁게 부딪히는 여성·남성혐오의 뿌리도 같은 곳에서 출발한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성별로 묶인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분명 다르다. 어떤 형태로도 같은 사람은 없다. 살아온 환경, 그 환경을 채운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관통하는 무수한 경험들이 한 사람의 주체성을 만든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어디에도 나와 같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방법을 추천한다. 혹 앞으로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고, 그 사람에 대한 분노가 끓어오를 때면 이렇게 말하는거다. 생각보다 쉽게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짜증 섞인 말투 대신 이렇게 외쳐보자.
"You are so special!"
유지은 기자 yooj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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