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온 회장은 올해 출범 25주년을 맞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기념식을 12월12일 개최한다. |
그는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12대 회장이고, 올해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출범 25주년 맞아 12월 12일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우연하게도 본보와의 인터뷰도 12월 12일 자 지면에 실리게 됐다. 이만하면 윤혜온 회장의 인생에서 12라는 숫자는 인연을 넘어 필연이라 할 수 있겠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기도 한 윤혜온 회장에게 필연은 또 있다. 과학 그리고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다. <편집자 주>
▲이공계 여성들이 뭉쳤다
1989년 대덕연구단지 여성연구원들이 친목모임을 시작했다. 이들은 친목에서 정기 모임으로 형식을 바꿨고, 1993년에는 단체를 구성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해 9월 20일 오후 4시 30분, 국내 최초 여성과학기술인들의 모임인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세상에 나온다.
이들은 국가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여성과학기술인의 권익 신장 및 복지증진, 학술연구 교류 및 과학문화 확산 그리고 과학기술 국제협력이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품고 있다.
윤혜온 회장은 "올해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출범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여전히 여성 교수 채용도, 여성 과학자 보직률도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는 25년간 과학문화 확산, 어린이집 건립, 정책연구, 연구활동 지원 등 각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해왔다"고 말했다.
230명 창립회원으로 시작해 2018년 11월 기준 회원 수는 1,750명으로 늘었고, 전국에 3개 지부가 설립됐다. 회원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지만, 역시나 대덕특구가 있는 대전충청 회원 비율이 약 40% 정도에 달한다.
회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가입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 윤 회장의 설명이다.
우선 이공계 학부를 졸업하고, 3년 이상 현장 경험을 하거나 이공계 전문 분야에서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차 조건이 갖춰지면 이사회가 자격을 심사해 회원으로 인준해야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일원이 된다.
윤 회장은 "우리회의 정체성이 여성과학기술인이라는 전문성을 기본으로 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 주변에 여성과학자이면서, 중견급 연구자라면 대부분 우리 회원이라 보면 된다. 출연연구원 최초 여성기관장인 정광화 전 원장, 민병주 전 의원, 신용현 의원도 우리 회원"이라고 소개했다.
▲세계에 전파되고 있는 KWSE의 힘
"스마트한 여성들이 펼치는 과학외교, 멋지지 않습니까?"
과학외교는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표방하고 있는 슬로건이자, 여성과학기술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표적인 활동 영역이다.
4년마다 개최되는 'BIEN'는 세계 최초로 시도된 여성과학기술인 융합기술 분야 국제학술대회다. 여성과학기술인의 국제적 위상 강화 및 국제적 수월성을 가진 해외 여성과학자, 재외 우수 한인여성과학기술인과의 공동연구 협력 기반을 위해 마련됐다.
윤혜온 회장은 "BIEN은 2003년 대전에서 첫 개최 된 이후 2009년, 2013년, 2017년까지 순조롭게 개최되고 있다. BIEN은 융합이라는 단어가 대중적으로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융합을 화두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어왔다"며 "여성과학자에 국한되지 않고 남성은 물론 해외 유능한 과학자를 모시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학술 축제"라고 말했다.
60개국 25만명의 여성 과학자 및 공학자 회원을 보유한 세계 유일 글로벌 네트워크인 'INWES'에서도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활약은 결코 미약하지 않다. 1999년 최초 참석 이후 INWES 3~4대 회장(이공주 KWSE 6대 회장)을 한국에서 배출하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했다. 이어 2009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여성과학기술인네트워크인 'APNN'의 주도국 중심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있다.
윤혜온 회장은 "우리들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과학외교라 단언할 수 있다. 여성과학기술인회 네트워크는 우리가 선도적으로 주도하고 이끌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과학기술인 관련 선진정책을 다른 나라에 전수한다는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한다.
윤혜온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
국내외를 종회무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 과학인들에게도 넘기 힘든 산은 있다. 바로 일과 가정 양립이다. 정부가 여성비율 30% 채용할당제를 시행하고 있고 기관평가가 될 수 있도록 가점 부분을 제안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다.
윤혜온 회장은 "출연연의 현실은 그나마 나아졌다. 그러나 이공계 분야 대학은 여전히 여성 교수 비율이 낮다. 과거에는 이공계 특정한 과에는 여학생이 거의 없었다. 학위를 해도 교수 채용을 해주지 않을 만큼 여성의 입지는 열악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25개 출연연이 있지만, 현재 여성 기관장은 1명뿐이다. 임원급 보직자는 여성 비율이 꽤 늘어나긴 했으나 만족할 수는 없는 숫자"라고 문제를 짚었다. 결국 일과 가정을 양립함에 있어 여성과학자들의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의미다.
윤 회장은 "내 경험에 비춰 돌이켜보면 젊은 여성과학기술인에게는 직장에서 직책을 유지하면서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 활용은 물론이고, 커리어를 쌓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눈에 보이는 남녀 차별은 없다. 다만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 여전히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올해 정부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를 포함한 여성과학기술인 단체는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19~'23)'을 수립하기 위해 비전, 목표, 추진전략 및 정책이슈 발굴을 통해 향후 5년간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역량강화와 국가과학기술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한 여성들의 과학외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목표이자 자부심입니다”라고 말하는 윤혜온 회장. |
윤혜온 회장에게 올해는 특별하다. 12대 회장을 맡은 지 이제 1년으로 지났다. 지난 11년간 회원과 임원 그리고 회장으로 활동하며 느낀 KWSE의 역사 속에서 선배 여성과학자들이 이뤄낸 많은 일들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성취된 것이 없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끼며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회장은 "25년은 결혼식으로 말하면 은혼식이다. 기념식 선물로는 오래 묵은 장을 준비했다. 깊은 맛을 내는 장처럼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다방면에서 묵직한 존재감으로 우리나라 여성과학기술인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 연구자이면서 여성인 우리들은 서로에게 격려와 위로를 주는 존재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여성의 유연성과 창의성이 적절하게 활용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는 회원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담=윤희진 경제과학부장·정리=이해미 기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주요 연혁
▲1993. 08.16 여성과학기술인회 발기인 대회 ▲1993.09.20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창립 ▲1995.09.02 공익사단법인 설립인가 ▲1997.06.27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입 ▲2002.07.29 INWES 창립 발기인 대회 ▲2002.12.27 대한민국 국회과학기술대상 단체상 수상 ▲2003.02.21 부산경남지부 결성, 05.29 광주전남지부 결성 ▲2004.07.09 대구경북지부 결성 ▲2010.04.02 여성과학기술인단체지원사업 사업수행 우수기관 선정 ▲2011.07.01 제16회 여성주간 유공자 국무총리표창 수상 ▲2013.11.29 대덕연구개발특구 40주년 기념 유공자 대통령표창 수상 ▲2017.12.20 대전교육청 교육감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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