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평화로 가는 길을 되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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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평화로 가는 길을 되짚어 본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8-12-10 08:16
  • 수정 2019-04-29 10:36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평화가 경제다. 문재인 정권의 슬로건이다. 통일은 대박이다. 전(前) 정권의 슬로건이다. 따지고 보면, 평화가 오면 통일이 되고, 그러면 경제적 성장이 보장될 것이라는 예단일 뿐이다. 지금은 통일의 결실보다 통일비용과 특히 평화비용부터 따져 볼 시점이다.

문재인 정권이 평화로 가는 물꼬를 텄지만, 아직도 어수선하다. 기실, 북한의 응대로 평화로 가는 대화의 길이 열린 것이다. 북한의 응대는 북핵 문제에서 비롯됐다. 국제사회가 북핵 해법으로 대북제재의 고삐를 강하게 당긴 탓이다. 주변국 중국과 러시아도 온도 차는 있지만,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기에 기댈 곳은 우리만 남아있는 셈이다.

북한은 고육지책으로 우리와 대화를 시작했고,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했고 백두산으로 안내했다.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성대한 환영식도 열어줬다.

남북한이 평화로 가는 길은 북미회담의 진전 여부와 맞물려 있다. 민족과 자주의 잣대로만 한반도 평화정착이 가능할 수도 없는 처지다. 풀어 말하면, 한반도 분단과 한국전쟁이 그랬듯이 국내적-국제적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다.



올해 남북대화는 그 어느 정권보다도 활발했고 평가받을 만하다. 냉면과 목구멍 타령도 불쾌하고, 통일부 장관을 향한 핀잔을 듣기도 거북했지만, 그래도 참을 만 했다. 남북대화는 그만큼 파괴력과 파급력이 상당한 이벤트였다. 한편으론 맘 한구석엔 북한에 너무 저자세로 대하는 것 같아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그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꾹 참아 줄만 했다. GP가 파괴되고 한강 수역도 함께 조사하고, 휴전선 근처 비행금지 구역 설정 및 일제 강점기의 철로가 남아있는 북한철도 탐사 등 다방면에서 남북 간의 공동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은 평화정착 과정에서 국민을 향한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 여야는 물론 국민에게도 무조건 믿고 따라오라는 식이다. 남남갈등과 현 정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가고 있다.

독일통일의 사례는, 통일은 서둘러야 할 일은 결코 아니고 통일비용과 대비책이 우선임을 반증해주고 있다. 통일로 가는 길목을 열어주는 평화 역시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고, 평화는 서두른다고 착근되는 것이 아니다. 쌍방의 인내심과 때로는 희생도 감내해야 평화가 찾아든다.

현 정권이 평화를 착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은 평가한다. 허나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우리 국민이 쌍수로 환영'할 것으로 믿는다는 문 대통령의 판단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김정은에 대한 국민감정과 남남갈등의 폭과 깊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반공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임에도, 울산교육감은 이승복 동상 철거를 요구했다. 동상이 철거된다고 반공역사가 사라질까. 서울 한복판에선 공산당이 좋아요, 위인환영과 백두칭송 등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검경과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서도 마냥 지켜볼 뿐이다. 모두가 청와대 눈치만 보는 격이다.

북한에서도 공산당은 없어진지 오래다. 멀쩡하게 살아있는 자에게 위인 칭호라니 참 답답하다. 이래저래, 김정은 입장에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중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학수고대하는 청와대가 안쓰럽다. 뭐가 아쉬워 조급해할까. 오매불망, 이벤트의 단맛을 본 탓일까. 게다가 청와대 내에서도 적폐행위가 쏟아져 나오니 이벤트가 더욱 절실할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연신 거부하는데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서 국제사회를 설득해보려는 문 대통령의 열정은 대단하다. 그런 열정으로 추락하는 경제와 팍팍해진 민초의 삶을 보듬어주길 기대한다. 남북한 평화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겐 평온이 우선이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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