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기다림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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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기다림의 속성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12-09 10:2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크리스마스
게티 이미지 뱅크
아마도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는 것을 의미하는 기다림은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대로는 지겹기도 하고, 또 때로는 초조하기도 합니다. 누구를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은 그 사람이 누구인가 또는 그 사람과 만나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서 기다림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또 시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거나 가장 바라고 원하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것을 기다리거나 원하는 때를 기다린다는 것은 그 내용과 종류에 따라서 기다리는 마음이 참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인간의 삶은 '산다.' 또는 '살아간다.'는 의미보다는 기다림의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살아가는 것에 기다림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는 것 또는 살아가는 것과 기다리는 것은 조금은 다릅니다. 사는 것 또는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를 소극적이든 또는 적극적이든 그래도 무엇인가를 보다 능동적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기다리는 것은 보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구분이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삶의 내용을 좀 더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 사는 것과 기다리는 것을 한번쯤은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는 무수히 많은 기다림을 경험합니다. 세수하기 위해서 틀어 놓은 수도꼭지에서 더운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서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운전을 하는 동안에는 신호등을 기다리고, 출근해서는 만들어 놓은 커피가 다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컴퓨터가 작동하기를 기다리고, 약속 시간을 기다리고, 일과시간에는 식사시간을 가다리고, 일을 하는 동안에는 퇴근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업무를 하는 동안에도 보다 효율적인 생각이 떠오르기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기다림의 연속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기다림은 우리 스스로가 의식하지 않고 무의식 속에서 경험하는 기다림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무의식 속에서 경험하는 기다림도 사실은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무의식으로 굳어진 것일 뿐이고 애초부터 무의식 속의 기다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약 이런 무의식 속에서 경험하는 기다림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의식적인 기다림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고 경험하는 기다림의 많은 시간을 새롭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무의식 속의 기다림의 시간을 다른 기다림의 시간이나 생각하고 사고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다림이란 일반적으로 무의식의 기다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것은 분명히 대상과 목적이 있습니다. 약속한 사람을 만나 무엇인가를 해야 하기에 기다리고, 어떤 일을 한 후에 결과를 기다리고, 무엇인가를 바라고 원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 등을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다림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다림은 분명한 목적과 이유가 있고 또 동시에 어찌 보면 단기적인 기다림입니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게 되면 그 기다림의 목적이나 이유나 원인이 해소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인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을 기다리는 기다림도 있습니다. 우리의 불행한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진 이산가족을 기다리는 것이나, 우리가 찾고자 하는 행복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평생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평생을 기다린다고 해도 그 기다림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당장 결과가 나오는 기다림이나 평생을 기다려도 그 결과가 불투명한 기다림을 우리 삶에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기다림을 달성할 수도 있고,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달성할 수 없는 기다림도 존재합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결과가 나타나는 기다림이나 우리의 노력과 의지로 달성할 수 있는 기다림은 그래도 흔히 말하는 기다리는 맛이 있습니다. 비록 그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고 답답하고 지루하다고 하더라도 그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기다림이나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가 바라는 기다림은 과연 그것을 기다림이라는 말로 표현해야 할지조차도 확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록 그 기다림이 언제 달성될지도 모르고,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에 달려 있는 기다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기다림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기다림을 우리는 희망이나 소망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릴 수 있는 것이고, 또 그 희망이라는 것으로 인해서 기다림이 의미가 있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희망이 담긴 기다림이 많아질 때 우리 삶의 내용이 보다 풍성해 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이 있는 기다림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마도 이루어질 수 없는 망상이나 착각이 되고 말 것입니다. 비록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꾸준히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기다림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이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대림절 시기입니다. 대림절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연말과 연시를 기다리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는 것이 사실 보이지도 않고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종교를 믿고 믿지 않고를 떠나서 우리의 잘못을 구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는 것으로 기다린다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잘못을 구원받을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의 삶은 보다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 더 갖추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다림은 분명히 아무리 힘들고 답답한 것이라도 희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그리고 누구를 기다리는 가에 따라서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주말 우리가 기다리는 어떤 것이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행복한 휴일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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