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 속에서 힘들어서 대인기피까지 왔던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반복적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반복적 상처를 잘 극복하며 감내하면서 심리적 성숙에 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각 개인의 차이가 많습니다.
어른이 되어 가면서 어릴 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상처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를 통해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부부관계를 통해서 등 자신도 들어내지 못했던 부정의 감정을 들어내게 되기도 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정신적 유기'나 '유기 우울'이 빚어낸 불안이 자신안의 불신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불안애착과 회피애착이 다른 사람으로 수용과 지지를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만들어 놓은 이상화 된 대상과의 괴리감으로 불안을 야기하는 경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들었던 일화입니다. 신혼부부가 시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식탁에 갈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부인이 갈치의 몸통 부분을 발라내어 시어머니 밥그릇에 위에 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님, 갈치 좀 드셔보셔요." 그러자 옆에 있던 남편이 "여보, 우리 엄마는 생선 머리만 좋아하셔, 드리지 마."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모는 생선 머리를 진짜 좋아하셨을까요? 때에 따라서는 머리가 맛있는 생선도 있고, 머리부분을 먹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특정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보편화된 일상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런 일화도 어떻게 들리시는지요? 70대 부부가 이혼하기 위해서 법정에 섰는데, 여기서 부인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이 양반은 지금까지 살면서 나에게 닭다리만 줬어요. 난 닭 날개를 좋아하는데요. 더 이상은 이양반하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은 "저는 닭다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한 번도 제가 좋아하는 부위를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부인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수 GOD의 '거짓말' 가사 중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 마), 나를 잊어 줘 잊고 살아가 줘(나를 잊지마)……. 서로 반대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일맥상통합니다.
그렇다면, 진실된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두 마음이라서 그럴까요?
과잉 배려일까요? 너무 착한 사람이고 싶어서일까? 살면서 자기 주장을 한 번도 내세어보지 못한 사람이라서 그럴까요?
우리의 생애초기 기억은 어떠할까요? 미성숙하고 발달되지 않는 자기는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과 자기대상 경험을 통해 응집된 자기(cohesive self) 를 형성해 나갑니다.
코헛의 자기심리학에서 자기(self)란 개인의 심리적 우주의 중심이며, 공간적으로 응집되어 있고 시간적 연속성을 가지며 주도적으로 경험과 지각을 수용하는 하나의 단위를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유아기와 아동기 때는 부모와 친지, 형제 등을 통해서 자기대상 경험을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교사와 멘토를 만나고, 성인기에는 연인, 배우자, 동료, 직장 상사 등을 통해서 대상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만나 자기대상을 통해서 인정받고, 공감해주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융합하면서 취약한 자기 자신을 보호하면서 불안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지금 현재 지지받고 공감 받고 있으신지요? 또 자신에게 물어봅니다.
"너 지금 누구랑 노니?" 라는 질문은 그 사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고 합니다. 많은 의미 중의 하나는 자기대상 경험을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게 해줍니다. 타인에게 의존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받아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 그 사람이 자기에게 있어서 좋은 대상입니다.
만약, 없으시다면 실망하지 마십시오. 그 대상이 '내'가 되어주면 됩니다. 좋아 하는 취미 생활, 맛있는 음식 먹기, 여행, 영화보기 등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것도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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