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우리는 중앙정부가 임명한 관선자치단체장과 국민투표로 선출한 민선자치단체장 둘 다 경험한다. 자치단체장의 지위와 권한은 다음과 같다. 지위는 자치단체대표, 국가 하급행정기관, 지방정부행정수반, 정치지도자이다. 권한은 행정집행(지방정부대표 및 사무통할권, 사무의 관리집행권, 소속직원에 대한 임면동의 및 지도감독권, 지방의회의 발언권, 규칙제정권), 지방의회운영에 관한 견제(의회 임시회 소집 및 소집요구권, 예산편성 및 제출권, 발의권, 재의 요구권, 제소권, 선결처분권, 의회사무국·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 등이 주어진다. 주어진 지위나 권한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많은 차이를 느낀다. 매사 그렇듯이 장단점이 분명하다. 그중 하나를 짚어보면 아래와 같다.
공직사회를 지탄할 때 곧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든다. 무사안일無事安逸에 빠져 도전적 일을 하지 않는다.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새로운 일을 하다 실패라도 하면 자신의 앞날에 치명상을 입을까 두려워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중간은 간다 생각한다. "항상 맑으면 사막이 된다. 비도 내리고 바람도 불어야 비옥한 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우선 달콤함에 젖어, 변화가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는 보편적 진리를 잊고 사는 것이다. 복지부동을 얼마나 심각하게 봤던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5월 복지부동 공무원 104명을 무더기로 징계한 일이 있다. 공무원이 뇌물수수 등 비리가 아닌 복지부동행태로 징계처리 되기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한다. 당시 감사원장은 전윤철(田允喆, 1939년 6월 15일~ )이었다. 평소 "설거지를 하다 그릇을 깨는 것보다 설거지를 안 하는 것이 더 나쁘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한다.
일을 하더라도 다른 지역이 어찌했는지 보고서 한다. 국민의 고혈이 낭비되어서야 되겠는가? 신중하게 일처리 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 결과 우리사회를 왜곡시키고 획일화 시키는 것이 심각하다는 말이다. 쉽게 눈에 띄는 것을 보자. 전국 가로수가 대부분 벚꽃으로 바뀌고 있다. 축제장에 가면 각설이만 설친다. 어떤 것이고 소중하다. 그러나 벚꽃은 가로수로 적합한 수종이 아니요, 우리 공연 예술이 각설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본말이 전도되고 획일화 되어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는 고유성, 정체성, 역사성, 창의성, 차별성이 중요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관선 단체장 또한, 정부의 지시사항을 잘 따르면 된다 생각하며 보신주의로 일관한다. 사고도 경직되어 있다. 선출직이라 하더라도 관료출신은 같은 행태를 보인다. 그런가 하면 선출직 단체장은 당선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 인기영합주의로 선심행정만 일삼는다. 지방자치, 얼마나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 꽃 인가? 그럼에도 그 폐해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자체제도를 바꾸자 하거나 무용론을 주장한다. 장기적 지역발전, 조화로운 사회발전의 안목과 비전, 철학 부재가 안타깝다는 말이다.
다행히 우리지역 이번 단체장들은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철학과 비전도 보인다.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다.
예전 대전은 행정과 교통의 중심이었다. 충남도청을 비롯한 공공기관 이전과 교통 노선변경 등으로 대부분의 발전 동력을 상실했다. 특히 대전 동구나 중구 등 구도심은 지역공동화로 그 문제가 심각하다. 역사성, 정체성마저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으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까?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중구(청장 박용갑)는 근대역사탐방로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들었다. '독립운동가 홍보관' 신설을 중심으로 근대문화로, 구 대전형무소를 중심으로 한 역사관광자원화 사업, 단재 신채호 기념관 및 조형물 건립 등,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하여 옛 명성과 활기를 찾고자 한다.
지역의 독립운동가 37인을 기리는 것은 후손의 마땅한 도리요, 귀감으로 삼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일이다. 전 충남도청과 주변은 뼈아픈 치욕의 역사를 담고 있다. 반면교사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이미 많은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이미 진행되어온 지속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한다.
그럼에도 반대에 봉착해 있다 들었다. 복지부동을 엄단해야할 의회가 오히려 발목을 잡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필요한 일을 하는데 예산부족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방법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권장하고 확대할 일이요, 창조적 방안으로 힘을 보탤 일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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