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충청 대권주자 기근 현상은 문재인 정부 중반 충청권의 전력약화를 불러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해 지역 정치권의 분발이 요구된다.
리얼미터는 4일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여야 주요 정치인 12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밝혔다. 여론조사 대상이 된 여야 정치인은 범여권과 범야권 각각 6명씩이다. 범여권으로는 이낙연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심상정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행안부 장관 등이며 범야권의 경우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충청출신 정치인은 전무하다. 한 때 리얼미터 대권후보 여론조사 대상에서 충남 청양출신의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이름을 올리며 3.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6일 대전 KT연수원에서 열린 8·25전대 '든든캠프' 해단식에서 "나는 대선후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번 당대표가 마지막 공직이다"며 불출마선언을 한 뒤로는 이름이 슬그머니 빠졌다.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조차 충청출신 여야 정치인 이름이 거론되지 않으면서 다음 대선에서도 충청인의 숙원인 충청대망론을 실현하기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 때 여권의 유력잠룡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미투파문에 연루돼 '링'에서 아웃된 이후 여야에서 눈에 띄는 충청권 대권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권에선 재선 박범계 의원(대전서을), 4선출신의 양승조 충남지사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재선인 박 의원은 최근 이른바 '김소연 파문'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리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양 지사 역시 아직 안희정, 이완구 등 그동안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역대 충남지사급의 정치력과 파괴력을 중앙무대에서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보수야권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4선듀오'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정우택(청주상당) 의원 등이 충청대망론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권도전에 나서 승리한다는 전제를 깔아야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 연루됐다가 천신만고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완구 전 총리도 충청대망론의 끈을 놓고 있지 않지만, 정치적 재기 여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충청출신 여야 정치인들이 참여하지 않은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故)김종필 총리, 이회창 전 총리, 이인제 전 의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 충청출신 여야 정치인들이 경선 또는 본선에서 활약해 왔다. 하지만, 현 상황대로라면 2022년 치러지는 차기대선에선 여야 진영에서 충청출신 정치인들이 경선에서 조차 명함을 못 내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충청출신 대권주자의 기근현상은 충청권 전략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지역에서 유력 대권주자가 나와야 차기 대선정국에서 지역현안 관철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대권주자 발굴을 위해 지역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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