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경쟁에 제일 먼저 뛰어든 곳은 동구청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효과가 가장 큰 최적지는 대전역이라면서 대전역 선상 야구장의 건립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즉 대전역의 교통편의성과 역세권 개발, 원도심 활성화 등을 설명하는 유치설명회와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유치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뒤이어 대덕구청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구청장이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덕구 신대동 일대에 베이스볼 드림파크 야구장 조성안을 제안하면서 유치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성구 역시 구암역 인근 부지를 최적지로 보면서 은근히 기해하고 있는 눈치다. 중구는 당초 허시장의 공약이 한밭운동장 철거 뒤 야구장을 신축한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유치를 기대하면서 타 자치구로 후보지가 변경될 경우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을 분위기다.
대전시도 지난 11월 21일, 용역착수 보고회를 열어서 야구장 조성 후보지로 동구 대전 역세권, 대덕구 신대동 일원, 유성 구암역 주변, 그리고 중구 한밭종합운동장 내 시설 재배치 등 원도심 3곳, 유성구 2곳, 대덕구 1곳을 용역에서 적정부지로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후보지와 조성계획은 내년 3월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치전을 지켜보고 있는 대전시는 당장 행복한 비명을 지를 수 있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유치전이 이대로 본격 전개되기 시작하면 깊은 고민과 갈등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새 야구장 조성사업의 구체적인 목표와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민선 7기 허시장의 대표 공약이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중 하나다. 야구팬이나 야구선수 및 스포츠 관계자 위주의 사업을 구상할 만큼 대전이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지난 월드컵 개회를 위해 건립한 대전 월드컵 경기장의 사후 활용 실패를 직접 경험한 바도 있다. 그렇다면, 이 꿈의 야구장의 건설을 통해 대전의 유동인구를 늘리고, 원도심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경제의 회생으로 대전쇠퇴 위기극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전 인근의 자치단체 및 주민들과의 교류와 협력도 활성화시키고, 대전의 교통수단을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야구 비시즌시 이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청사진도 구체적으로 마련해서 월드컵 축구경기장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재원조달의 세부적 방안도 시민들 앞에 내놔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후보지 최종 선정을 위한 원칙과 기준이 아직도 합리적이고 세심하게 마련돼 있지않다. 지금은 각 후보지마다 유치를 위한 홍보와 로비가 치열하기 때문에 대전시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후보지 선정과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지 못하면, 유치경쟁 과정도 치밀한 분석과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경쟁하기 보다 서명운동과 시위 등 정치적이고 물리적인 힘을 과시하는 쪽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최종 후보지 선정이 끝나면 더 큰 반발과 갈등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야구장의 최종 건설이 어려워지거나 건설이 완료되더라도 그 기대효과 보다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시는 야구장 건설의 목표와 기대효과에 걸맞는 객관적인 선정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서 제시해야 한다. 그런 후, 유치경쟁자들의 동의를 미리 받아놓음으로서 후보지 최종 결정에 대해 승복하게 하는 한편, 유치를 위한 경쟁자들의 준비가 제대로 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새 야구장의 건립은 반드시 대전시민들의 꿈과 저력을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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