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혁 작곡가 |
1824년 5월 7일 금요일 비인 베른트나토어 극장의 음악회. 곡을 마치자 열화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연주자와 청중은 열광했다. 단 한사람 지휘자만이 그걸 몰랐다. 그는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엘토 솔로였던 카롤리네 웅거 여사가 그를 청중을 보게 한 후에야 이 환호성을 알게 된다. 그는 이곡의 작곡가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었다. 그의 난청으로 인해 실질적 지휘는 미하엘 움라우프가 하였지만 지휘대엔 베토벤이 있었다. 이 곡은 바로 교향곡 9번 '합창'이다.
1790년대 청년 베토벤은 한편의 시를 읽게 된다. 실러의 '환희 송가'다. 1785년 실러는 이 시를 드레스덴에서 썼다. 당시 26세의 실러는 군주제에 회의를 느꼈고 자유를 노래하고 싶었다. 시의 제목도 '자유에 부침'으로 하고 싶었지만 엄격한 검열로 인해 '환희에 부침'라고 붙인다. 이 시 속의 '박애정신'과 '자유사상'은 계몽주의 영향을 받았던 베토벤에게 큰 감동을 줬다. 그는 이 시에 음악을 붙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을 흘러 그의 꿈은 이루어진다.
베토벤은 교향곡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해나갔다. 교향곡은 작곡가의 중요한 장르다. 그는 9개의 교향곡과 한 개의 미완의 교향곡을 남겼는데 각 교향곡마다 자신의 음악적인 모든 것을 담아냈다. 특히 9번 교향곡 '합창'은 교향곡 사상 처음으로 합창을 도입하였다. 바로 이곡에 실러의 '환희의 부침'을 가사로 사용했다. 이렇게 이 교향곡엔 한 작곡가의 꿈과 인류 보편적 사랑과 자유에 대한 희망이 담겨져 있기에 해마다 연말연시면 이곡이 연주되는 것이리라.
감상에 앞서 필자는 "잘 알려진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라고 쓴 적이 있다. 이곡이 그렇다. 유명한 선율만 생각하고 이곡을 접근하면 당황한다. 이곡은 4개 악장으로 된 일종의 서사시고 소설이다. 각 악장마다 다른 내용의 음악이 있고 4악장에 가서야 우리가 알고 있는 선율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이곡을 듣기 위해 사전에 설명을 읽고 음반을 들어보자. 그리고 음악회장에 가자. 이 곡을 통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위한 감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 이곡이 연주된다. 마침 대전에서도 대전시향이 연주한다. 대전 시향은 지역을 넘어서 세계를 바라보는 대전의 자랑스러운 음악단체로 성장하고 있다. 올 12월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아니면 혼자서 음악회장에 가서 인류의 환희를 노래한 음악에 빠져보면 어떨까? 그 환희의 향연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조우하는 것. 바로 소중한 12월의 선물이다.
안성혁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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