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물질 마친
저인망 어선들이
줄지어 포구로 들어선다
대여섯 명이 타고 오는 배에
선장은 하나같이 사십대고
사람들을 부리는 이는
삼십대 새파란 치들이다
그들 아래에서
바삐 닻줄을 내리고
고기상자를 나르는 이들은, 한결같이
머리가 석회처럼 센 노인네들뿐
그 짭짤한 풍경에 어디 사진기자들인지
부지런히 찰칵거리는 소리들
그런데 말이에요
이거 참, 좆같은 풍경 아닙니까
부자나 정치인이나 학자나 시인들은
나이 먹을수록 대접받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왜 늙을수록 더 천대받는 것입니까
여행 중 포구에 들르면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하는 생명력이 있다. 펄떡이는 생선과 울끈불끈 어부들의 강인함에 감탄한다. 칠흑같은 밤바다에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어부들의 끈기는 어디에서 나올까. 바다를 떠나선 살 수 없는 바다사나이들. 석회처럼 센 머리칼을 날리며 동트는 새벽 포구에서 그물을 정리하는 손놀림이 청년 못지 않다. 담배 문 입에선 단 내가 풀풀 뿜어져 나온다.
"어이, 쐬주 한잔 하시게. 이런 자연산 대하 어디가서 못 먹어볼텐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받으며 톡 쏘는 소주 한잔을 어디에 비길까. 달려드는 갈매기한테도 대하 하나 던져준다. 70먹은 어부의 손마디가 옹이진 소나무처럼 단단하다. 잘 나가는 양반님들, 늙은 어부랑 한번 팔씨름 해 보실랍니까.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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