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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2세.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엔 한없이 꽃다운 나이다. 더구나 단순한 사고도 아닌 음주운전 같은 참혹한 배경이 있었다면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다.
불과 두 달 전에 발생한 '윤창호 사고'는 군 복무중인 윤창호 씨와 친구 A씨가 오전 2시 25분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마포 오거리 횡단보도에 서있다 갑작스레 달려든 BMW 차량에 의해 중상 이상의 치명적인 상해를 당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인 박 모(26)씨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으며 윤창호 씨는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가 사고 46일 만에 사망하고 만다.
윤창호 씨가 뇌사 상태에 빠진 직후 대학 동기들과 친구들은 이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청와대에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위한 청원을 올려 국민 40만 명의 동의를 얻어냈으며 법안 준비에도 직접 참여했다. 그 결과 의원 104명이 법안 발의에 동의하여 윤창호 법이 국회에서 정식 발의되었고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명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음주운전 처벌강화법을 통과시켰다. '윤창호법'은 현재의 음주운전 초범 기준을 2회에서 1회로 낮추고 음주운전 판단 기준이었던 알코올 농도를 0.05%에서 0.03%로 내리는 등 처벌 기준을 위한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으나 법안의 내용에서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이 아닌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낮아져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혹자는 그렇게 개선된 것이라도 다행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매해 3~4만 명에 육박해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5년 2만4399건, 2016년 1만9769건, 지난해 1만9517건으로 소폭 감소 추세지만 부상자·사망자 수는 끊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상자의 경우 2015년 4만2880명, 2016년 3만4432명, 지난해는 3만3364명이었고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각각 583명, 481명, 439명이었다.
'윤창호법' 통과로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경각심은 불러 일으켰지만 법을 비웃듯 여전히 곳곳에서 음주운전 적발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은 또 다시 고통 받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가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처벌을 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외국의 강력한 처벌 규정들을 본받아야 한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음주운전 적발 시 핀란드에서는 한 달 월급을 몰수하고 싱가포르와 호주는 고액의 벌금과 신문에 얼굴과 이름을 노출시킨다. 미국의 여러 주에선 중범죄로 분류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고 태국은 영안실에서 시신을 닦게 하는 간접 형벌을 내리기도 한다.
이처럼 '윤창호법'이 더 나아가 해외처럼 가해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이 비슷하게나마 마련되길 바란다.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와 같은 말을 하는 이들에겐 솜방망이 식 한국법이 통하지 않는듯하니 말이다.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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