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원 교수 |
교육부는 2019년도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고 한국연구재단을 시행기관으로 검토하고 있다. ACE+(자율역량강화), CK(특성화), PRIME(산학연계), CORE(인문), WE-UP(여성공학) 등 5개 사업이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통합됐다.
이 사업은 자율협약형과 역량강화형으로 구분해 자율협약형은 모든 자율개선대학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역량강화형은 특성화 추진과 정원 감축 권고 이행계획을 조건으로 재정을 제한해 지원되며, 사실상 '부실대학'으로 판정된 역량강화대학은 대학발전계획 보고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해당 대학들은 큰 금액을 들여 외부업체에 컨설팅을 발주해 보고서 작성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국가 혁신 성장을 주도할 미래형 창의인재 양성 체제 구축'을 대학혁신지원업사업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연구개발을 통한 연구성과 창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개발과 교육이 또는 연구성과 창출과 인재 양성이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교육부가 이러한 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어 세계의 교육계와 산업계의 급격한 변화에 발걸음을 같이 하는 대학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주인이 세 명이라면 노예는 주인이 없이 자유인이라는 로마의 격언이 있다. 어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조직은 투명한지, 최종적인 결정자가 있는지, 구조는 계층의 수가 복잡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작은 조직일수록 위기에는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충동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유부단하지도 않아서 적절한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성과를 내는 리더들을 혁신에도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세상은 더욱 다변화되고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학문제를 푸는 것과는 달리 세상의 일은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위험한 일들은 도처에 깔렸고 이것을 풀기 위한 자료들도 많지만, 리더들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20세기 가정과 사회집단은 안정을 유지하려 하고 변화를 조심히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의 교육과 경영 조직들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려는 형태로 조직돼 있으며, 사회집단과 조직들은 서로의 끝을 따라가듯 변화의 가속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학은 혁신의 소용돌이 중심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사회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지식노동자들의 합으로 구성된 대학 공동체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의 시선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대학혁신지원사업 컨설팅의 방향제시가 대학 변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혁신을 일궈내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리더 한 사람의 비전과 해결책만으로도 부족하다.
아인슈타인은 4살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화면에 어울리지 않아 TV 뉴스에서 사라졌던 오프라 윈프리도 있었다. 성공했지만 한때는 패배자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새로운 각도에서 보는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혁신적인 리더는 구성원들이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하고 팀플레이를 끌어낼 수 있게 하고, 미래 지향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조직의 혁신 의지를 한뜻으로 만들어가려는 환경을 조성한다.
다양한 화학물질이 하나의 창의적 향을 만들어내듯이 뛰어난 자율성이 보장되는 집단적 지성을 가진 대학의 환경 안에서 대립을 극복하고 끊임없는 순환적 질문을 통해 문제를 공유하고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통합적 논의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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