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일출/사진=박광기 |
일상의 생활에 묻혀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해가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일 해가 떠오르지만, 해가 뜨는 시간은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니 일출을 봐야한다고 인식하기보다는 날이 밝아오고 그렇기 때문에 출근을 서둘러야 하는 시간쯤으로 인식됩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해는 어느 곳에서나 떠오르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떠오르는 해를 일부러 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정말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혹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일부러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고 해도, 그 일출의 모습은 산이나 바다에서 보는 일출과는 전혀 다른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하고 오늘도 해가 떠오른다는 정도의 감흥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과학적으로도 도시에서 보는 일출의 모습과 산이나 바다에서 보는 일출의 모습이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산이나 바다에서 보는 떠오르는 태양의 크기가 도시에서 보는 태양의 크기보다 크다고 합니다. 도시공기 속에 있는 수분이나 다른 성분들이 산이나 바다와는 다르기 때문에 산이나 바다에서 보는 태양이 더 크게 보인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런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지만, 산이나 바다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일상에서 바라보는 태양의 모습과는 달리 새로운 의미와 감흥이 있습니다. 우선 산이나 바다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서 해가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 해뜨기를 기다려야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날씨와 해가 뜨는 그 시점에 구름도 없어야 하기에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합니다. 한 마디로 일부러 해를 보기위해 우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 끝에 맞이하는 일출은 평소 일상에서 그냥 바라보는 태양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하고 맞이하는 일출은 태양의 웅장함과 강렬한 빛만큼이나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새해를 맞거나 새로운 의지를 다지려고 할 때, 우리는 일출의 장관을 직접 보면서 그 의미를 새기고 각오를 새롭게 합니다. 태양이 주는 빛은 우리에게 밝음이라는 당연한 의미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어둠을 걷어내고 희망을 비추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누구나가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을 뜻하는 태양이 바다 건너편 물위에서 출렁이듯 떠오르는 광경은 일상에 시달려 우리가 잃어버렸던 희망이 다시 살아서 솟아남을 새롭게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우리는 일출의 장관을 직접 보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나에게 일출은 일생에 몇 번 보지 못하는 귀한 광경은 아닙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동향이고 꼭대기 층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해가 뜨는 날 거의 매일 일출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하는 습관 때문에 일출을 보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학교가 동쪽에 있고 집은 서쪽이라서 혹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출근할 때면 학교로 가는 출근길에서 일출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출근길에 맞이하는 일출은 어떤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일출이 아니라, 강렬한 햇빛으로 인해서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주는 그런 반갑지 않은 일출입니다. 이런 경우 차의 햇빛 가리개를 내리고 애써 햇빛을 피해야만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불편한 일출이라고 해도 떠오르는 태양에 대한 경외심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태양은 우리에게 빛과 희망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런 빛과 희망은 언제나처럼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우리에게 그 빛과 희망을 그냥 실현시켜주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일출이 보여주는 태양의 빛과 희망은 그 빛과 희망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함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일상에서 그리고 생활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고통 받고 지쳐서 빛이나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게 될 때, 매일 아침마다 저 멀리서 떠오르는 태양은 그 빛과 희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어둠을 걷어내고 밝음으로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이 바로 그 빛과 희망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태양의 빛과 희망은 그 존재를 다시 새롭게 알려주는 것이고, 이제 우리는 그 빛과 희망을 찾아야 하고 실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태양의 강렬한 빛과 웅장함 속에 있는 빛과 희망을 우리는 우리 주변의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비록 태양과 같이 바로 그 느낌과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년 전 겨울 우리가 들었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에서도 우리는 빛과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이 조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양보하고 존중하는 작은 마음에서도 우리는 빛과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미약한 빛과 희망이 꺼지지 않고 유지되고 이어질 때, 우리는 그 작고 희미한 불빛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희망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끔찍한 사건 사고도 그렇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치열히 투쟁하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도 화재가 난 교통사고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조하는 시민의 모습이나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구하는 소방관의 이야기 속에서 그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음을 깨닫기도 합니다. 떠오르는 태양은 산과 바다의 일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마음에 있고 우리의 작은 행동에 있다는 것입니다. 작은 실천이 우리의 희망을 실현하는 것이고, 잃어버린 빛을 찾는 것입니다.
이번 주말 그 동안 잊고 지낸 나의 작은 희망을 다시 새기고 작은 것부터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은 행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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