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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흉가」는 어른이 된 '나'가 어릴 적 친구였던 메리 루 시스킨을 회상하며 전개된다. 화자인 '나'와 쌍둥이 자매처럼 붙어 다니던 메리 루는 나와 달리 매우 예뻤다. 그녀가 예쁘다는 사실은, 남자 상급생들에게 캣 콜링을 당할 때면 의심 없이 확실해졌다. 그런 메리 루를 '나'는 걱정했고, 또한 질투했다. '나'와 메리 루는 방과 후 '출입 금지' 팻말이 세워진 흉가들을 몰래 탐험하는 놀이를 즐겼는데, 어느 날 홀로 흉가에 들렀던 '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의 무게, 열세 살 우정의 미묘한 어긋남, 그리고 메리 루의 집요한 호기심은 그들을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몰고 간다.
오츠는 여성의 삶을 주변으로 소외시키고, 불안을 히스테리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무엇보다 강력한 공포로 인식했다. 그 날카롭고 현대적인 감수성은 전통적 고딕소설의 옷을 입고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보스턴 글로브의 추천사처럼 "오츠가 색칠하는 악마들의 사진첩"이라고 부르고 싶은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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