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52편으로 구성된 시집은 주로 도시적 삶에서 느낀 감상을 표현한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함 시인은 섬뜩하기도 을씨년스럽기도 스산하기도 차갑기도 한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섬세하고 개성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시어들 사이로 낯선 이미지들을 충돌시켜 도시의 복합적인 이면들을 포착해냈다. '걸인의 식사'에서 도심과 아프리카 코끼리를 대조해 문명의 무미건조함을 드러내고, '자정의 작용'에서 도시와 파도의 이미지를 결부해 공간의 비정한 속성을 밝혔다.
시인이 표현하고픈 도시 감성에 따라 화법을 달리하는 시풍도 인상적이다. 수록한 작품들을 통해 대화 형식과 독백 형식을 넘나들고, 합쇼체·하오체·하게체·해라체 등 다양한 상대높임법을 구사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점원, 우아하게'에서 독백을 주조로 하면서도 대화 형식을 혼합해 도시의 화려함 속 비루함을 드러냈고, '옥주'에서는 예스런 말투를 통해 1950년대 시대 분위기를 전한다.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를 출간한 함 시인은 196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했다.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를 냈으며 제9회 한남문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대전작가회의 회장,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사진=박종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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