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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문정희는 모성에 천착한 시인이다. 여성으로서 여성의 삶을, 사랑을 거침없이 '발설'한다.
어머니는 어떤 인간인가. 모성은 왜 희생이 따르는가. 이것은 운명인가. 유전자에 각인된 것인가. 남성과 여성은 다른 걸까. 부성과 모성은 같은 걸까.
혹여 사회적으로 강요된 모성이 아닐까. 짐작만 할 뿐, 닿을 수 없는 먼 길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이해하는 건 위선이다. 허나 엄마의 찬밥은 익숙하다. 당연히 그러는 것이라 봐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도 말이다. 지금 난 엄마에게 뭐라 말해야 하나. 오늘도 엄마는 찬밥에 물 말아 김치를 먹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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