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투자유치 등 지역발전 동력공급을 위한 불가피한 활동이라는 긍정적 견해와 내년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는 사투 속 컨트롤타워 부재로 전략약화를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예산소위가 휴일까지 반납하면서 내년 예산안 심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지사 가운데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등 3명이 출국장을 빠져 나갔다.
허 시장은 세계적인 연료전지 기업인 이탈리아 솔리드파워와 투자유치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지난 24일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허 시장은 다음달 2일 귀국한다. 이춘희 세종시장은 26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한·중지사성장회의 참석과 스마트시티 벤치마킹 등이 주요일정이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같은날 중국으로 날아갔다. 양 지사는 우호도시와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외자유치 협약서에 서명할 계획이다.
보수야당에선 민주당 소속 충청권 시·도지사 해외출장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해외출장 시기가 국회 예결특위 예산소위가 집중적으로 가동되는 시기와 일치하는 것에 화력을 모으고 있다. 예산소위는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다음달 2일)을 지키기 위해 예산안과 씨름하고 있으며 전국 상당수 지자체들은 아예 국회 인근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실탄' 확보에 안간힘이다.이같은 중차대한 시기에 충청권 시·도지사 3명이 자리를 비운 채 해외출장 길에 오른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 보수야권의 시각이다. 예산확보를 위한 전국 각 시·도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가운데 '지휘통제실' 기능이 자칫 헐거워 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창수 한국당 충남도당위원장은 "해외출장을 포함해 자치단체장들의 모든 행보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데 이는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서 상식적인 일이다"며 예산국회 때 자리를 비운 충청권 시·도지사를 겨냥했다.
시·도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국회 속 해외출장 보다는 국회출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조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충남도의회 의장을 지낸 한국당 충남도 의원(예산2)은 "광역의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런 부분을 (같은당 시·도지사들에게)지적해줘야 하는 것으로 감싸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며 "예산 뿐만 아니라 혁신도시 추가지정 건 등 현안도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도지사의 해외출장은 투자유치, 업무협약, 선진지 견학 등 시·도정 발전을 위한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대국 사정도사전에 미리 계획된 것으로 상대국 입장도 예정된 일정을 반드시 소화해야 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공격은 적절
시·도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다. 임재진 대전시 비서실장은 "충분히 예상되는 비판이며 이를 감안해 해외출장 이전에 (허 시장이)국회를 미리 다녀오셨다"며 "시장님 귀국 이후에는 정치권과 당정협의회 등을 개최할 생각이다"며 예산확보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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