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 기자의 편집국에서] 헝그리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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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의 편집국에서] 헝그리 하트

  • 승인 2018-11-25 13:58
  • 신문게재 2018-11-26 22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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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급사 찬란 제공
#1. 영화 <헝그리 하트>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와 부모가 등장한다. 아기는 고기를 먹은 적이 없었다. 채식주의자인 엄마는 아이에게 고기를 먹이지 않았다. 당연히 잘 자라지 않는 아기를 보며 아빠는 엄마인 아내의 양육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기가 채식을 계속하다간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경고도 의사에게 받았다. 아기에게 고기를 먹여야 했다. 남편은 그러나 결혼하면서 홀로 미국으로 와 외롭게 지내는 아내와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산책한다며 아기를 데리고 나가 몰래 교회에 숨어 고기를 먹인다. 그런데도 아기는 계속 잘 자라지 않는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한마디를 던진다. "내 아들이 고기를 토했어."

#2.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에겐 쌍둥이 딸이 있었다. 112년 전통을 자랑하는 강남의 명문 고교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그동안 수많은 학생들의 성적과 진학과정을 보며 알았을 것이다. 숙명여고에서 상위권 내신 성적을 갖는다면 어떤 대학을 갈 수 있고, 장차 대한민국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 수 있는지. 성적이 줄 수 있는 장밋빛 미래를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쌍둥이들의 성적은 아버지의 기대와 달랐다. 아버지는 많은 걸 고민했을 것이다. '내 아이들을 위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3. '내 아들의 몸에 고기가 들어가선 안 돼.' <헝그리 하트>의 엄마는 영양분 흡수를 저지하는 오일을 남편 몰래 아이에게 먹인다. 남편이 고기를 계속 몰래 먹인다면 흡수라도 막고 싶었다. 고기를 먹어선 안 되는, 해로운 음식이라고 믿고 있는 자신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가 아이에게 먹인 오일은 사랑이었다. 아이를 죽일 수도 있었던 사랑이었지만.

'내 아이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뒤쳐져서는 안 돼.' 교무부장이 아이들을 위해 한 부정(不正)도 사랑이었다. 계속 발굴된 증거에도 부인을 계속하는 지금도, 아이들을 끝까지 '결백하게' 지켜야겠다는 마음만은 사랑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사랑 때문에 쌍둥이들은 퇴학 결정과 받지 않아도 될 세상의 질타를 이른 나이에 받게 됐다.



영화 속 엄마의 아이와 현실 속 교무부장의 쌍둥이들이 시간이 흘렀을 때 부모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모든 건 자식인 자기를 위한 것이었지만, 정말 사랑받았다고 느낄 수 있을까. 그들의 부모는 오일을 먹이고 정답을 외우게 한 걸 후회하지 않을까. 자신의 사랑이 독이 됐음을 언젠가는 알게 될까.

아이가 고기를 먹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성적을 위한 공부가 아닌 다른 배움을 좋아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지 못했던 그들이 가엾다. 그러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면서 그 말을 믿게 해주지 못하는 세상이다. 여전히 그 세상을 못 바꾸고 성적에 굶주려 사는 우리도 가엾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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