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남문 광장에 설치된 휴보 벌룬. 휴보를 캐릭터화했고 높이는 13m다. 사진=대전시 제공 |
과학 도시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선포식까지 했음에도 ‘대전 방문의 해’에선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대전 방문의 해’에서 그나마 과학의 색이 묻어 있는 것은 ‘스트리트 조형물·ICT 안내판과 휴보 벌룬’ 정도다.
스트리트 조형물은 1월부터 대전역, 북대전 IC, 만남의 광장, 국립중앙과학관 앞에 세워진다. 대략 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과학의 도시를 홍보하는 안내문이나 홍보 영상을 상영한다. ICT 안내판은 은행교와 우리들공원, 스카이로드에도 설치될 계획이다.
KAIST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HUBO)를 캐릭터화한 벌룬은 이미 준비됐다. 높이 13m, 공기주입식으로 설치와 철거가 간편하다. 현재는 엑스포시민광장에 있지만, 공공설치물 조례상 3개월 이상 한곳에 둘 수 없어 다음 달부터는 대덕구의 요청에 따라 대청호로 옮겨 관광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렇듯 ‘보여주기식’의 사업 외에 눈에 띄는 게 과학적 요소는 없다.
전문가들이 대전하면 떠오르는 ‘과학’이라는 이미지를 베이스로 관광 문화와 융복합해야 한다는 조언을 쏟아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빛탑과 엑스포다리, 대덕특구 출연연까지 관광 범위를 확대해야만 대전만의 이색적인 관광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테마형 시티투어를 대덕특구까지 운행을 연장해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출연연 내부를 돌아보는 코스 신설에 대한 요청도 적지 않다. 출연연은 대부분은 보완 1등급 시설이지만, 대전 방문의 해 기간 만큼은 문을 개방하는 적극적인 자세 또한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AI(인공지능) 축구, 휴보, 자기부상열차 등 출연연의 원천기술력을 관광 테마에 어울리게 변형시켜 ‘일상 속의 과학’, ‘대전의 힘 과학’이라는 슬로건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한편 과학의 도시를 알릴 수 있는 상징물 설치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대전역 재정비 사업이 이뤄지는 2020년에야 상징 캐릭터와 설치될 위치가 나올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영구시설물로 설치되는 만큼, 캐릭터 용역은 물론 시민 투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 방문의 해로 선정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첫해부터 과학과 관련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없었다. 내년에는 매년 개최해온 사이언스 페스티벌에 집중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대전하면 과학이 먼저 떠오르는데, 과학과 관련된 세부적인 내용이 없어 당혹스러웠고, 아쉬웠다”며 “대덕특구와의 벽을 허물기에는 대전 방문의 해는 가장 좋은 접근이 될 수 있다. 대전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이번 사업이 반쪽에 그치지 않도록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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